한동안 견조한 모습을 보이던 인도네시아 경제가 8분기 연속 5%대 성장률 달성에 실패했다. 가계 소비 둔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4분기 경제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실질)은 3125조 루피아(약 261조6000억원)로 지난해 동기보다 4.94% 늘었다.
인도네시아의 분기별 성장률이 연 5%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분기(연 3.53%) 이후 8분기 만이다. 직전 분기(5.17%)와 비교하면 0.2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번 발표를 앞두고 로이터 통신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분기 경제성장률이 5.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경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 소비가 둔화한 탓이다. 지난 3분기 가계 소비는 1년 전보다 5.06% 늘어나며 전 분기 증가율(5.22%)보다 0.16%포인트 둔화했다.
여기에 지난 2분기 10.6% 증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정부 지출은 3분기 들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6% 감소했고, 수출도 4.26% 감소했다. 그나마 투자가 5.77% 늘어나며 2분기(4.63%)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산업별로 보면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 부문 성장률은 1.46%에 그쳤다.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4분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인 데다 내년 2월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상당 부분 보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루피아화 약세에 따른 자본 유출을 우려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깜짝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를 6.0%로 올려 경기 활력도 꺾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메이뱅크의 미르달 구나르토 이코노미스트는 "4%대 성장률도 여전히 괜찮은 수준이지만 BI에 너무 공격적인 통화 긴축은 피해야 한다는 경고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환율 방어를 위해 BI가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