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원, 공무원과 처우 같아 ‘인기’. 13년 전에 언론들이 뽑은 기사 제목이다. 그러나 이제는 군무원(군에서 일하는 공무원) 채용에 응모도 안하고 중도 퇴직자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군무원의 인력 획득에 문제가 생긴 탓에 비전투분야의 민간 인력 대체가 지연되고 결국 상비병력 감축에 따른 전투력 손실 방지 계획까지 차질을 빚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무원의 정원 및 현원 현황’은 2023년 6월 기준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정원(4만5956명) 대비 실제 근무하는 현원(현재의 인원)은 4만406명으로 5550명이 미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무원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2018년 95.6%에서 지난해 90.7%으로 낮아지며 90%선이 위협을 받았다. 올해 들어 87.9%까지 떨어지면서 80% 후반대로 내려 앉았다. 5년 간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이 7.7%나 감소한 것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전투분야 민간인력 채용을 대폭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당초 증원 운용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각 부처별 2024년 예산안을 분석하며 내놓은 국방부 군무원 인력운용 개선안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증원 계획에 따른 채용 목표인원 대비 실제 채용인원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 군무원 채용 현황을 보면, 채용 목표인원은 7222명이지만 실제 채용인원은 6438명에 불과했다. 신규채용 미달률이 10.9%에 달한다.
중도퇴직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도 정원 대비 현원이 부족한 상황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기준으로 중도퇴직자는 524명으로 전체 퇴직자 대비 53.9%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1389명으로 68.8%를 기록하며 15% 가량 치솟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부 측은 “군무원 채용 미달은 국가공무원 등 전반적인 공직 지원률 하락과 맞물린 것”이고 “중도퇴직자 증가는 격오지 등 열악한 근무지역과 (재정당국의)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책정에 따른 불만 때문”이라는 안일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회는 군무원 인력운용 문제의 심각성을 국방부가 정확하게 인식도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군무원 지원율 하락과 공채 미채용 직위 지원자 미달로 채용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현재의 조건 하에 군무원의 임용요건에 부합하는 지원자 적다는 의미”라며 “중도퇴직자까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군무원 제도 운영에 문제가 많고 군무원에 대한 지원 유인책을 국방부 스스로 차단하는 악수를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020년부터 병력자원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무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2020년말 기준 3만5000명 수준이었던 군무원 정원을 2024년까지 4만600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10년 전만 해도 공무원 시험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정년보장과 고용안정 등 공무원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군무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군무원은 군부대 내에서 군인과 함께 근무하는 특정직공무원으로, 일반군무원, 전문군무경력과 및 임기제공무원으로 분류한다. 임기제군무원은 다시 일반임기제군무원, 전문임기제군무원, 한시임기제군무원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급여는 물론 다른 처우조건도 공무원과 같다.
그러나 현재는 군무원이 군을 떠나고 있다. 모호한 임무·역할 등 현역 군인 중심의 인사·복지 체계로 ‘이방인’ 대우를 받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커진 탓이다.
예컨대 지난해 6월 한 30대 군무원이 만삭의 아내를 두고 전남 광양 앞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군무원은 2018년 군무원 입사 필기 시험에서 전국 1등의 성적이었다. 대구 한 육군부대에서 예비군 동원 업무를 담당해온 이 군무원은 코로나19로 격리와 육아휴직 등으로 상사와 갈등을 빚다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군무원 문제가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군무원은 군 조직에서 소외되고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이 표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급여 조건에 대한 불만이 높다. 온라인커뮤니티 ‘군무원 갤러리’를 보면 병사들의 봉급을 200만원으로 올리는데 군무원 처우가 병사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심지어 “병장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고 성토하는 글이 계속해 게재되고 있어 군무원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런 탓에 군무원 인건비와 관련해 이상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군무원 정원은 2018년 2만 6919명에서 지난해 4만 4859명으로 잇따라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군무원 인건비 사업예산의 집행액은 2조2688억 원으로, 184억 원이나 남았다. 인원을 해마다 늘리고 있는데 인건비 예산이 남은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이유인 즉, 군무원 퇴직자 문제가 심화하면서 생긴 일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장에서 필요한 군무원 인원(정원)은 4만 4859명인데 실제 근무하는 인원(현원)은 4만 708명에 그쳤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군무원 7급 이하 충원율이 가장 심각하다. 2만8282명이 필요한데 현원은 2만4294명에 불과하다. 가장 부족한 군무원 대부분이 7급 이하 ‘젊은 군무원’인 셈이다.
충원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중도퇴직자’가 급격히 늘어나서다. 중도퇴직자는 2018년 524명에서 지난해 1389명으로 3배 가량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3년 이내 퇴직자는 같은 기간 112명에서 884명으로 8배가 급증했다. 이에 중도퇴직자 중 3년 내 퇴직자 비율은 11.5%에서 43.8%로 절반 수준에 가깝다.
처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단적으로 경찰이나 일반 공무원, 심지어 부사관보다도 못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경찰이나 소방공무원의 경우 평일 3만원, 휴일 1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반해 직업군인과 똑같이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의 수당을 받지만, 민간인이라는 이유로 군인에게는 제공하는 관사나 주택수당 등의 지원이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에는 군무원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국회 청원까지 등장했다.
군 내부에서 군무원의 애매한 지위도 일조하고 있다. 민간인 군무원은 병사와 명령 관계가 아니다. 병사들에게 ‘용사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위치다. 반말은 절대 해서도 안 된다. 게다가 명령 관계가 아닌 탓에 당직을 맡게 되면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중대장 혹은 대대장처럼 부대 지휘관에게 연락해 지침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 병사에게 ‘령’(令)도 서지 않는다.
만약 큰 사고가 발생하면 군무원은 면직으로 책임을 져야 끝이 나기 때문에 안정적인 신분 보장도 요원하다.
여전한 군 문화도 큰 부담이다. 군무원에게 군 장교처럼 근무하라고 지시하는 문화는 군무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린다. 장교들의 경우 당직수당 1만원을 받고 퇴근도 못 하고 계속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장교 부족으로 이를 군무원에까지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부대의 한 군무원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초급 장교처럼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며 “최근 공무원 경쟁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데 군무원은 더 큰 영향을 받아 충원율이 수직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실한 처우는 물론 명확한 역할과 업무 분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