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금융시장에는 새로운 문구가 유행하곤 한다. 지난해 투자자들을 아프게 한 문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한시적(temporary) 인플레’였다. 올 해 여름은 어떨까? 투자자들에게 상처가 된 문구는 ‘higher for longer’, 즉 고금리의 장기화가 아닐까 싶다.
고금리의 장기화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고금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산 버블이나 쏠림이 발생하지 않는다. 개별 자산과 사업장에서의 부도 위험은 높지만, 누구나 조심하고 있어 시스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여 주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시대에서는 신용(대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외국인 등 해외 자금은 이탈하며 산업별, 기업별 위험은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적응할 수 밖에 없으니 시사점과 적응법을 찾아보았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은 1970~1980년대 이후 이어진 지난 30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경험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미 연준(Fed)의 마지막 금리 인상 3개월 전부터 장기 금리는 하락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제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과거에 의한 미래 예측에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식과 채권 간의 동행 관계는 당분간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 평가 가치(밸류에이션)는 지난 10~20년 동안 형성된 과거 데이터와 향후 기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의 디레이팅(De-Rating) 가능성이 이전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과 채권 간 배분보다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 간 배분이 중요하다. 즉 ‘주식 대 채권’ 비율에 따른 자산 배분보다 ‘주식/채권 대 현금’ 비중 변화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 시장의 스타일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더 잘 견딜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주는 경기에 민감하고 현금 흐름에 있어 대형주보다 열위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국면이 길어질수록 현금 흐름이 양호하거나 전통적으로 저평가된 주식 또는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별로는 금리 상승 국면에 강한 업종들에 주목해야 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형자산 비중이 높거나 최근 유형자산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기업들이나 산업들은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국내 산업 중 유형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산업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업종은 반도체와 금융이다. 반면 부채 비율이 높고 자본 집약적이며 차환(refinancing) 부담이 큰 산업과 기업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