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2위 업체인 완커가 부실 수준으로 떨어진 회사채 가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당국이 이례적으로 지원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헝다·비구이위안 등 다른 대형 부동산 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와 다른 반응으로, 중국 당국의 이처럼 이례적 움직임은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책임지는 부동산부문의 피해를 막는 게 시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완커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시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의 고위 간부인 예신밍이 전날 한 회의에서 지원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금융사 투자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는 완커 경영상황과 회사채 가격 변동성 등을 논의했다. 예신밍은 “완커가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할 경우 필요하면 법적·시장주도적 방식으로 지지할 충분한 현금과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완커 지분율 25% 이상인 대주주 선전메트로그룹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신제 선전메트로그룹 공산당위원회 서기는 회의에 참석해 “지분 매각 계획이 없으며, 적절한 시점에 완커의 회사채를 사들이기 위해 적극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중즈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완커는 올해 1~8월 판매액 2447억 위안(약 437천억원)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2위를 기록했으며, 업계에서 몇 안 되는 투자등급 회사다. 하지만 지난달에만 회사채 가격이 35%나 급락하며 어려움이 불거졌다. 통신은 당국의 완커에 대한 지원 움직임이 헝다나 비구이위안 등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와 상반된다고 전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달 25일 달러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첫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고 헝다는 다음 달 홍콩 법원에서 청산 심리를 앞두고 있다. 약 4년째 계속된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어려움에 빠진데다 완커마저 비슷한 상황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커에 대한 지원 의사가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입장 변화로 볼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회의 이후 완커의 달러표시 회사채 가격은 12센트가량 급등했고, 홍콩증시에서 6일 하루 주가가 7.25% 뛰었다. 완커는 “역내외 채무를 제때 분명히 상환하겠다. 시장에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