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발생한 ‘교체 실수’ 사건에 대해 “심판 책임의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전북의 몰수패 요청을 기각했다.
연맹은 “지난달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35라운드 전북과 포항의 경기 결과를 포항의 0대3 몰수패로 정정해야 한다는 전북 구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35라운드 전북과 포항의 경기 결과는 1대1 무승부로 확정됐다.
당시 경기에서 포항은 선수 교체 용지에 ‘김용환 아웃, 신광훈 투입’ 대신 ‘김인성 아웃, 신광훈 투입’을 적어냈다. 그러나 김인성은 그대로 그라운드에서 뛰었고, 김용환은 그라운드 밖에서 부상 부위 처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전북은 기록상 12명이 뛰는 상대와 6분간 겨뤘고 K리그 경기 규정상 무자격선수가 뛰었다는 이유로 포항의 0대3 몰수패를 주장했다.
연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당시 심판진이 부상으로 경기장 밖에 나와 있던 김용환을 교체돼 나가는 선수로 착오했고, 김인성을 내보내지 않고 신광훈을 들여보낸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했다”며 “이후 심판진이 착오를 인지하고 전반 31분께 김인성을 내보내고 경기를 속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인성과 신광훈이 K리그 경기 규정상 무자격선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전북의 몰수패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교체 선수를 제대로 확인하고 선수를 내보낸 뒤 들여보내는 절차는 심판의 책임 아래에서 이뤄지는 과정인데, 심판이 김인성을 내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신광훈이 경기장에 들어간 건 심판이 규칙을 위반한 결과라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따라서 무자격선수 출장으로 인한 몰수패라는 결정 또한 내릴 수 없다고 봤다.
연맹은 과거 K리그 사례와도 비교했다. 2021년 광주FC는 교체를 허용한 대기심의 잘못도 있었지만, 당초 교체를 결정하고 심판에게 요청한 광주 구단의 판단에도 명백한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4번째 교체선수를 무자격선수로 판단해 몰수패 결정을 받았다. 또 1996년 수원 삼성은 외국인 선수 출장 한도(3명)를 초과해 네 번째 외국인 선수를 교체로 내보냈는데 연맹은 선수 교체를 결정하고 요청한 수원 구단의 규칙 위반으로 인한 무자격 선수라고 판단했다.
반면 2000년 전북과 부천의 경기에서는 심판의 착오로 박성배가 나오기 전 조란이 먼저 들어가 일시적으로 전북이 12명이 된 사건에서 두 선수를 무자격선수로 보지 않았다.
연맹은 해외 사례도 언급하며 몰수패 이의제기 신청을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도중 심판의 착오로 킹슬레 코망이 그라운드에서 나가지 않아 뮌헨 선수가 일시적으로 12명이 됐지만 독일축구협회는 프라이부르크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이 밖에도 지난 6월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수다메리카나(Copa Sudamericana) 조별리그 E조 산투스(브라질)와 블루밍(볼리비아)의 경기에서 선수교체 실수가 발생해 산투스가 일시적으로 12명이 뛰었고, 2021년 10월 일본 J2리그 도치기와 오미야의 경기에서도 오미야가 일시적으로 12명이 됐지만 몰수패가 선언되지 않고 경기 결과가 그대로 인정됐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심판평가 소위원회를 열어 포항과 전북의 경기를 주재한 심판원 6명 전원에게 잔여 시즌 배정을 정지하는 행정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