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장에서 스마트폰 가격 상승, 이른바 ‘폰플레이션’이 가계 통신비 부담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 임원이 국감장에 불려나가 의원들로부터 “단말기 제조사가 통신비 부담에 가세한다”는 비판과 함께 “중저가 폰을 늘리라”는 요구를 받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소비자의 중저가 폰 선택지를 늘려 단말기 평균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생각인 듯하다. 단말기 가격 상승은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지만 중저가 폰 추가 출시가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프리미엄 폰 선호도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중저가 폰이 몇 종 더 나온다고 한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죄다 ‘갤럭시 S22 울트라’ ‘갤럭시 Z플립4’ ‘갤럭시 S22’ 같은 프리미엄 폰이었다. 고가의 애플 아이폰도 많이 팔렸다. 중저가 폰인 ‘갤럭시 A53’과 ‘갤럭시 A23’ ‘갤럭시 점프2’ 등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소비자들은 중저가 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폰을 좋은 가격에 사서 쓰고 싶어 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폰 가격이 내리면 기기 값이 포함된 통신비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단말기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단말기 가격은 9년 전인 2014년보다 41% 올랐지만 원가 상승 탓에 삼성전자는 이익을 늘리지 못했다. 모바일 사업의 영업이익은 2014년(IM 부문) 14조 원대에서 지난해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는 11조 원대로,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3%에서 9%로 떨어졌다. 핵심 부품인 두뇌칩(AP) 구매 비용은 올해만 전년보다 30% 늘었다. 제조사에 책임을 묻고 희생을 요구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남은 대안은 결국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손보는 것이다. 단통법 시행 9년간 시들해진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되살려 폰플레이션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7월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단통법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후속 논의는 요원하다. 정부는 8일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폰플레이션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담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