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 탈퇴에…나토도 "참여 중단"

"국제법상 권리에 따라 CFE 효력 중단"
재래식 무기 제한 협정, 사실상 폐기 수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의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탈퇴에 대응해 협정 참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1990년 체결된 CFE는 약 33년 만에 사실상의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나토의 의결기관인 북대서양이사회(NA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동맹국은 조약을 준수하고 러시아는 준수하지 않는 상황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국제법상 권리에 따라 필요한 기간 CFE의 효력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협정) 탈퇴는 유럽-대서양 안보를 차근차근 훼손하는 일련의 행동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고 규탄했다.


미국 국무부의 고위 관리도 WSJ에 “러시아의 (협정) 탈퇴는 동맹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국이 다음 달 7일부터 CFE 참여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CFE는 냉전 말기인 1990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당시 소련이 주도하던 국제기구)가 체결한 조약이다. 양측의 균형을 위해 전차, 전투기, 공격 헬기 등 재래식 무기의 보유 목록과 수량에 제한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1999년 소련 해체 이후의 상황을 반영돼 개정됐지만 러시아와 달리 다른 회원국들은 비준을 미뤘고,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단계적으로 조약에서 발을 빼왔다. 2007년엔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올해 5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CFE 파기 법령에 서명했다.


그러던 러시아는 결국 이날 외무부가 “0시를 기해 CFE 탈퇴 절차가 완료됐다”며 공식 탈퇴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2007년 우리나라로 인해 효력이 중단된 이 조약은 마침내 우리에게 역사가 됐다”며 “오늘부로 러시아와 나토 회원국의 어떤 군축 협정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협정 탈퇴와 나토의 참여 중단에 대해 WSJ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군비통제 협정의 폐기를 의미한다”며 “(나토의 참여 중단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인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포함해 나토의 북쪽과 남쪽 영토에 병력을 배치하는 데 더 많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달 2일에도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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