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나란히 국내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AI ETF에서 맞대결을 예고하자마자 추후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는 AI 반도체 부문으로 전장을 넓히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은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를 이달 하순 상장할 예정이다. ‘아이셀렉트 AI반도체핵심장비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으며 패시브 형태로 운용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국내에 상장된 AI 관련 반도체 장비주다. 지난달 31일 기준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제조하는 한미반도체(042700)(22.8%)를 가장 많은 비중으로 편입하며 반도체 검사 소켓을 만드는 ISC(095340)(15.6%)와 리노공업(058470)(10.8%)을 두 자릿수로 비중 있게 담는다. 이 밖에 이오테크닉스(039030)(7.1%), 이수페타시스(007660)(7%), 하나마이크론(067310)(6.5%) 등의 장비주도 골고루 편입할 예정이다.
업계 양강인 미래에셋운용도 비슷한 시기에 AI 반도체 가치사슬(밸류체인)을 담은 신상품을 내면서 삼성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미래에셋운용은 국내 상장된 AI 반도체 관련 소부장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 ETF’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초지수는 ‘아이셀렉트 AI반도체핵심공정 지수’이며 삼성운용과 마찬가지로 패시브 형태로 운용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의 상품은 AI반도체 장비주에 더해 소재·부품주에 골고루 투자하면서 삼성운용 ETF와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삼성운용과 같이 AI 반도체 대장주인 한미반도체를 16.25%로 가장 많이 편입하고 이오테크닉스(8.91%), 이수페타시스(7.5%), 하나마이크론(6.57%) 등도 비슷한 비중으로 담는다. 여기에 미래에셋운용은 반도체 소재주로 구분되는 동진쎄미켐(005290)(7.67%) 등 소재·부품주를 추가로 편입한다.
두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제외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면서 주가가 회복하는 시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업체(IDM)보다 중소형 소부장주의 주가가 보다 탄력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두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고성능 반도체에 수요가 몰리는 수혜를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상품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현 미래에셋운용 ETF운용팀장은 “기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버 시장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향후 반도체의 성장은 AI로부터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특히 AI연산의 핵심인 미세화 공정 기업들이 추후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상장 반도체 ETF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지 않은 ETF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소부장Fn ETF’가 유일하다.
최근 글로벌 AI 분야에서 나란히 액티브 형태로 운용되는 ETF 대결을 예고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이로써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계로까지 전장을 넓히게 됐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달 11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관련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AI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삼성운용 역시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을 통해 유사한 상품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은 45조 2983억 원으로 41.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순자산 39조 2689억 원, 시장 점유율 36.11%로 삼성운용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