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주 업계에 고용돼 있는 여성 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유엔의 통계인데 이는 30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죠. 우주 등 스템(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 대한 여성의 참여를 촉진해야 합니다.”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6~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한미 우주포럼’에서는 ‘우주와 여성’ 특별세션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발다 빅마니스 켈러 미국 국무부 우주과장은 “미 국무부가 집중하는 분야 중 하나가 우주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 세계 우주비행사 중 여성 비율은 11%에 불과하고 전체 항공 우주엔지니어 중에서도 13%에 그친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원의 여성 연구자 비율이 8%가량이며 한국천문연구원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마샤 이빈스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는 “제가 10세 때인 1961년 최초의 미국 우주비행사가 우주로 나갔을 때 정말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며 “전투기 조종사나 엔지니어 출신이 우주비행사가 되는 걸 보고 우선 공대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저는 수백 명의 공대생 중 단 두 명의 여학생 중 하나였고 처음으로 전투기 조종사도 됐다”며 “1974년 NASA에 들어가 우주비행사의 문을 두드린 지 4년 만에 선발됐을 때도 전체 17명 중 여성은 3명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1300시간 이상 우주비행을 한 그는 우주비행 당시 계속 생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적도 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수의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현재 엑시옴스페이스 등 우주기업들을 위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황정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도 여성 엔지니어가 많지 않다. 연구직도 15% 정도만이 여성”이라며 “자신의 조직에서 적합한 롤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3차 누리호 발사 때 실린 세계 최초의 편대비행위성(도요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로 현재 4개의 과학기술위성(스나이프)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한국 우주생태계의 경우 젊은 여성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한국에 비해 여성 비중이 높은 미국이 부럽기도 하다”며 “여성도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하더라도 도전해야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여학생 화장실도 없던 시절 물리학과를 다녔지만 우주를 동경했고 그 결과 지금은 직접 개발에 참여한 위성이 3시간에 한 번씩 지구를 돌고 있다고 했다.
황 연구원은 “로켓이나 위성 등 한국의 우주 스타트업 중에도 아직 여성 창업자가 없다”며 “천문연이나 항우연이나 여성 연구원 비율이 한 자릿수인 상황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한 여성 인력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빈스 전 우주비행사도 “미국에서도 제가 활동할 당시 여성 롤모델은 없었다”며 “우주 프로그램 자체가 저에게 영감을 주었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우주안보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우주로 확장하고 있다”며 “민간 우주 활동 등 책임 있는 우주 행위에 대한 국제 규범 논의를 위해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라그 파리크 미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은 “우주분야가 시민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기후변화 대응, 위성 데이터 활용 등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번 한미 우주포럼에는 미국에서 국무부, 백악관 국가우주위원회, NASA, 인도태평양우주군, 상무부, 교통부, 해양대기청, 연방항공청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