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쟁점' 州선거 승리에 기쁜 백악관…"투표, 여론조사보다 중요"

백악관 대변인 "유권자, 바이든 의제에 힘 실어줘"
해리스 부통령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밤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각지의 주민투표, 의회 선거, 대법관 선거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거두자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이 반가운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선전에 기여했던 낙태 이슈의 위력이 여전하다는 점에 고무된 모습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날 치러진 각 지역 선거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은 근본적인 자유와 중산층 경제 구축, 민주주의 보호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며 "유권자들이 어젯밤 보낸 메시지는 투표는 중요하지만 여론조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고 있지만, 표심은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전날 미국 여러 경합주가 진행한 각종 선거들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잇따랐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낙태 권리를 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오하이오주는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6월 '로 대(對) 웨이드(6개월 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판결)' 판결을 폐기한 후 낙태권 보장을 기록한 7번째 주가 됐다.


낙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대법관 선거 역시 민주당 소속의 댄 맥커패리 판사가 당선됐다. 댄 판사는 낙태권을 지지하는 인물이다. 보수 성향 켄터키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앤디 베시어 주지사가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러한 결과와 관련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예고 없이 기자들과 만나 "미국 국민들이 분명하게 (투표에서) 말한 대로, 국민들은 개인의 자유, 자유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위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어제는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간 선거부터 어젯밤까지 유권자들은 정부가 여성의 몸과 관련한 결정에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는 당초 공화당의 양원 승리가 점쳐졌지만 하원에서 간신히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미국 정가에서는 낙태권 폐기 판결이 선거에 예상 외로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날 CNN이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45%대 49%로 오차범위(±3.3%포인트) 이내에서 밀렸다. CNN은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전국의 등록 유권자 1514명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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