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폐업한 병원서 프로포폴 등 174만개 사라져"

4년간 920개 의료기관 폐업 뒤 마약류 의약품 처리 미보고
프로포폴 폐기량도 속여…"1만1000곳서 잔량 없다 보고"

감사원 전경. 강동효기자

폐업한 병·의원 등이 보관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174만 개가 보건당국에 보고되지 않고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병원 의료진은 자택에서 보유하던 중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등 불법유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식품의약품안전처 정기감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료기관 920개소가 폐업 시 보유했던 마약류 의약품 174만개에 대한 양도·양수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마약류 의약품은 이를 다른 의료기관이나 도매상에 넘길 경우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마약류의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향정신성의약품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식약처 보고 없이 사라진 마약류 의약품에는 이른바 ‘좀비마약’이라는 펜타닐 및 레미펜타닐(4256개), 옥시코돈(5108개), 프로포폴(7078개), 케타민(1097개), 졸피뎀(9만 4594개 ) 등이 포함됐다. 일부 폐업 의료기관은 이들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 유통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은 지난 2020년 5월 폐업한 뒤 재고로 보유했던 프로포폴 1936개를 공무원 참관 없이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북 포항의 한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 5만 2000개를 자택에 가져와 보관하던 중 절반 가량 분실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 병원에 대해 수사기관 고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프로포폴 폐기량과 관련해서도 보건당국에 허위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프로포폴 등 앰플 단위로 포장된 주사제 의약품은 환자 몸무게·연령에 따라 사용량이 달라 포장을 뜯어 사용한 뒤 잔량이 발생한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은 식약처에 ‘폐기량 0’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시스템 분석 결과, 의료기관 1만 1000여개 소에서 프로포폴 사용 후 잔량이 없다는 보고를 2677만여건했다”며 “폐기량이 없다는 허위보고 의심사례에 대해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실제 확인하니 5개소에서 실제 사용 후 잔량 33만ml가 발생했는데 이를 전량 투약했다고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지자체에 폐업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고, 재고 마약류 의약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폐업한 의료기관 등에 대해 순차 점검토록 통보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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