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사진) 한국전력 사장이 9일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김 사장은 본사 조직 20% 축소, 희망퇴직 추진, 1조 원 규모의 추가 자산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한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 대책’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오늘 회의가 전력그룹사 간에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국민들에 약속한 기존 자구안들도 차질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올 9월 20일 취임한 김 사장이 발전 자회사 6곳을 비롯해 한전KDN·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한국전력기술 등 10개사 대표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력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전날 발표한 자구안을 사장단에 알리며 그룹사의 고통 분담을 주문했다. 한전은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인재개발원 부지 64만 ㎡(7800억 원)를 팔고 100% 자회사인 한전KDN 지분 20%(1300억 원)도 상장 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전이 13년 만에 희망퇴직을 공식화하고 위로금 재원 조달 방안까지 마련한 만큼 이에 준하는 그룹사의 자구 노력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9~2010년에도 한전의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한전 자회사의 인원 감축 ‘도미노’가 일어난 적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석탄발전기의 단계적 폐지에 따른 대응 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정부는 탄소 중립 2050 계획에 따라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를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석탄발전이 주력인 남동·남부·서부·중부·동서발전이 생사의 기로에 선 이유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발전 5개사에 대한 통폐합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시대적 흐름에 따라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업무 재배치 등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김 사장은 한전이 전기요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해외 사업 매출을 2028년까지 4조 원으로 늘리기로 한 만큼 자회사의 해외 사업 추진 현황도 중점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총선용 포퓰리즘’ ‘조삼모사식 미봉책’이라는 지적에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한전의) 재무 개선 계획을 추진(관리)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