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이 사회적 물의? 공개저격 당한 김윤 교수 "정치적 갈라치기 그만"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 부의 공식화에 입열어
"의대 증원 찬성 여론 입막음하려는 처사…주장 왜곡"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사진 제공=서울대학교

"저더러 민주당편 혹은 좌파 학자라고들 그래요. 그 주장대로라면 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데, 제가 왜 총대를 메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요. "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10일 본인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징계 추진 조치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의협은 전일(9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모 회원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김 교수를 공개 저격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한결 같이 의대 증원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 및 필수의료 붕괴 위기의 해법으로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들자 “최소 55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30년 후에야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당장 1000명을 늘리자”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개최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에서는 “의사 수를 늘리면 OECD 대비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의사의 수입이 줄어 국민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사 수를 늘리면 새로운 의료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의협의 주장과 정반대 논리를 펼친 것이다. 의협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데,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협이 밥그릇 지키기 논리로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고 언급한 점이 이번 징계 추진의 불씨를 지폈다.


의협이 거론한 김 교수의 징계 추진 사유는 명예훼손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다. 의협은 전일 입장문을 통해 "의협이 돈 많은 개원의를 대변해온 것처럼 호도하고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사 전체의 명예를 훼손했다. 의대정원 증원 등 주요 의료현안에 대해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의견을 개진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의사 회원 전체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징계심의 부의 결정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의협이 말하는 징계는 회원 자격 정지다. 이들은 의약분업이 추진됐던 2001년 당시 해당 정책을 주도했던 김용익 서울의대 교수와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에 대해 각각 2년과 1년의 회원 자격 정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의협이 보유한 징계 권한이 크지 않다 보니, 협회와 대치되는 입장을 취하는 회원들에 대한 관리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의협이 오랜 기간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로 읽힌다. 실제 이날 의협 상임이사회가 재구성을 의결한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단'은 면허관리 권한을 정부에서 의협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의료법 및 의협 정관을 개정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회원들을 입막음하려는 협박"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갈라치기나 무엇이 다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자원 분포와 사망률의 관계, 의사 임금 등 사회 곳곳에 드러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의대 증원이 필요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현장을 모르는 예방의학과 출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치와 단순 비교해 잘못된 주장을 펼친다며 자신의 주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협은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이익단체다. 의사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표성이 없고 맥락에 맞지 않는 데이터를 끌어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정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과 의대 증원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단언컨대 의대 증원만이 필수의료 위기의 해법이라고 발언한 적 없으며, 의료체계 전반을 고치기 위한 개편작업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말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의사들이 누리고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국민의 신뢰 덕분에 가능했음을 기억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눈 앞의 경제적 이득을 차지하기 위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를 지속하다간 더욱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국민을 위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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