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매파 발톱 드러낸 파월 "필요하면 금리인상 주저않을 것"

IMF콘퍼런스서 시장 기대 선그어
"제약적 통화정책 충분한지 의문"
내달 금리인상 확률 5%P 높아져
연준 내부선 과잉긴축 경계 목소리
리치먼드 "경기 더 둔화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IMF 주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필요할 경우 금리 인상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은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긋는 메시지다. 과잉 긴축과 과소 대응 리스크의 균형을 찾기 위해 연준이 통화정책에 대한 어조를 보다 매파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는 ‘헤드페이크(head fake·교란 지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은 2021년 12월 이후 올 6월까지 4% 후반에서 5% 초반을 오가다 최근 4개월 새 하락해 9월 3.7%까지 내려왔다. 파월 의장은 그럼에도 “2% 물가 목표로 돌아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몇 차례 (둔화하다 재상승하며) 교란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중에는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표현도 곳곳에 포함됐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몇 달 동안의 좋은 지표에 현혹될 위험과 과잉 긴축의 위험을 모두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그러나 매파적인 메시지에 더욱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전날 90.4%에서 이날 85.4%로 감소했다. 반면 인상 확률은 9.6%에서 14.6%로 늘었다. 이에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5.022%로 8.6bp(bp=0.01%포인트) 상승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당시의 비둘기 메시지를 바로잡고자 한 취지로 풀이된다. 11월 FOMC 이후 주가가 오르고 채권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 여건이 완화됐다. 이는 성장을 뒷받침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우리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끝냈다고 믿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연설은 인플레이션이 더 개선될 때까지 매파적인 어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잉 긴축을 경계하는 연준 내부의 분위기는 역력하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연준은 내년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하지 않도록 장기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영향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도 이날 뉴올리언스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금리 인상의 완전한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경기가 더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파월 의장 역시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진전은 총수요 성장을 억제하는 통화긴축 정책의 영향이 (공급망 개선 효과보다) 더 커질 수 있다”며 둔화 가능성을 에둘러 나타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