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011200) 매각 본입찰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조가 공식적으로 유찰 입장을 표명했다. 인수예비업체로 선정된 기업들의 자본 조달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HMM 노조는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혈세로 재건한 HMM의 이번 매각은 ‘졸속 매각’에 불과한 국가산업적 배임행위”라며 “이번 매각은 반드시 유찰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경영권 매각 중단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앞서 7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은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최종 인수후보자로는 동원과 하림, LX그룹이 선정됐고 지난 8일 실사작업까지 마무리가 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인수예비 기업 3곳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매각하더라도 외부 자금 차입에 의존하거나 사모펀드 등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HMM 인수 적격 후보자가 없을 경우 매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히며 유찰 가능성이 대두된 된 상황이다 강 회장은 “적격 인수 회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이번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HMM의 몸값은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거침없이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18조 5868억 원, 영업이익은 9조 9455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해도 14조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 전망하는 HMM의 매각가는 5조~7조 원 수준이다. 반면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력은 이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 6119억 원(작년 말 기준)이며 올해 상반기 기준 LX인터내셔널은 1조 2132억 원, 동원산업은 5169억 원이다.
한편 HMM의 올해 3분기 실적도 타사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해운 경기 침체에 글로벌 선사들이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지만 HMM은 3분기에도 흑자 유지에 성공했다. 10일 HMM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1266억 원, 758억 원이다. 당기순이익도 954억 원을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3.6%로 주요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계 2위 선사인 머스크는 3분기 적자로 전환했고 일본의 ONE 역시 같은 기간 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세계 10위 이스라엘의 짐라인과 11위 대만의 완하이도 2분기부터 적자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