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서 촉발된 매운 맛 경쟁이 이제는 버거, 만두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웰푸드(280360)는 매운 맛 만두를 선보였으며 맘스터치는 기존의 ‘불싸이버거’보다 4배나 매운 버거를 새로 내놓았다. 유튜브나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시작된 소위 ‘매운 맛 챌린지(Spicy challenges)’가 유행처럼 자리잡으며 글로벌 시장으로까지 퍼지는 모습이다.
롯데웰푸드는 9일 가정간편식 만두 제품 ‘쉐푸드(Chefood) 크레이지 불만두’를 출시했다. 롯데웰푸드는 매운 음식이 야식 메뉴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착안해 신제품을 준비했다. 매운 요리로 유명한 중국 쓰촨 지역의 고추로 매운맛을 냈고, 스코빌지수(매운 맛의 농도를 계량화한 지표)가 2만 3000SHU에 달하는 특제 소스로 맵기를 끌어 올렸다고 롯데웰푸드는 설명했다. 대표적인 매운 라면인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는 4400SHU 수준이다.
같은날 맘스터치는 ‘불불불불싸이버거’를 출시했다. 매운 고추 ‘캐롤라이나 리퍼’가 함유된 ‘크레이지핫소스’를 첨가했다. 크레이지핫소스는 스코빌지수가 4941SHU에 이른다. 맘스터치의 기존 매운 맛 버거인 불싸이버거보다 네 배 정도 맵다. 맘스터치는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자부심이라는 의미의 일명 ‘맵부심’을 가진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를 위해 매운 맛 버거를 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매운 맛 경쟁은 올여름 라면업계에서 촉발됐다. 농심(004370)은 지난 8월 ‘신라면’보다 두 배 이상 매운 ‘신라면 더 레드’를 선보였는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이달 초 정식 출시 계획을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출시 80일 만에 15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올해 출시한 신제품 중 가장 우수한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지수(SHU)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 3400SHU의 2배가 넘는다.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도 높다.
삼양식품(003230)도 같은 달 ‘넥스트 불닭볶음면’으로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을 선보였다.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300만 개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다. 맵탱의 스코빌지수는 5000SHU에 달한다.
매운 맛 열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글로벌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 등에서 ‘매운 맛 챌린지’가 유행처럼 퍼지며 매운 음식 도전하기가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자리 잡으면서다. 올해 틱톡에서 가장 인기를 얻었다는 ‘매운맛 챌린지’ 영상은 조회 수 1억7600만 회를 넘겼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이 출시 이후 꾸준하게 인기를 끌면서, ‘매운 맛은 적어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겨났고,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K푸드=매운 맛’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운 맛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말 미국 최대 프리미엄 식품 체인점이자 아마존의 자회사인 홀푸드마켓은 ‘2024년 미국이 주목할 식품 트렌드 10’을 발표하며 내년 세계를 휩쓸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별별 매운맛 열풍(Complex Heat)’을 꼽았다. 홀푸드마켓 리서치팀은 “매운 맛은 더 확산하면서 매운 스무디와 매운 콤부차, 매운 칵테일과 고추 맛 사탕이 앞으로 더 많이 팔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가 매운 맛을 부추긴다는 해석도 있다. 캡사이신은 고온을 감지하는 수용체 ‘TRPV1’을 활성화해,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