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65조’ 두고 충돌 檢·野…검사 탄핵안 발의에 방탄 vs 위법 공직자 처벌[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이원석 “나를 탄핵하라”…검사 겁박·검찰 마비 협박 탄핵
檢 “사법 정치화 시도…법치주의 파괴”에 野 공수처고발
검사 탄핵소추 동시 진행…양측 갈등이 폭발하는 분위기
헌법, 국회 탄핵권한 명시…심판 때까지는 권한행사 정지
헌재소장 공석에 후임 재판관 임명까지…민감 사안이라
100% 구성 때 심판 가능…6명 찬성 있어야 심판 완료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 공무원 탄핵 의결 권한을 명시한 ‘헌법 65조’를 두고 검찰·더불어민주당이 정면 충돌했다. 검사 탄핵 여부를 사이에 둔 양측 갈등 구조다. 민주당은 ‘비리나 범죄 검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탄핵 소추안 추진과 함께 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고발했다. 검찰은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양측 갈등이 이른바 ‘검수완박’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 등을 거쳐 검사 탄핵으로 최고조에 이르는 모습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은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로비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선고한 판사들도 탄핵하려 할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부당한 탄핵은 그만둬야 한다”며 “탄핵하겠따면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시라”고 말했다. 특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조금을 빼돌린 국회의원, 가상자산을 국회에서 투기한 국회의원, 이들에 대한 탄핵이나 제명은 우리 현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사를 포함해 탄핵이 발의된 점에 대해 정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평소 정돈된 언어로 차분하게 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 총장이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입장을 표명하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대검도 같은 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민주당의 반복적인 다수의 검사 탄핵은 제1당의 권력을 남용해 검찰에 보복하고 탄핵을 통해 검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 외압을 가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목적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을 공격하고, 검사들을 탄핵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훼손하고 사법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로써 다수에 의한 법치주의 파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격하게 충돌하던 양측이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추진으로 폭발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앞서 이 차장검사·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검사들은 위법한 범죄 혐의나 중대한 비위가 있는데도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져 탄핵하는 게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이 차장검사,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0일 본회의 개의가 불발되면서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으면 폐기된다. 여야는 민주당이 다시 제출하려고 하자 일자부재의 원칙을 두고 재차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정섭 검사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검찰이 충돌하는 지점은 헌법 65조·헌법재판소법 48조(탄핵소추)·제50조(권한 행사의 정지)에 명시된 탄핵이다. 해당 조항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탄핵 소추 발의 조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발의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헌법을 비롯한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내용이나, 향후 과정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재판관으로서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에 이어 헌법재판소장도 공석이 됐다. 사상 초유의 사법 양대 수장의 자리가 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자로 이종석 재판관을 지난달 18일 지명했고, 같은 달 2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임명동의안이 회부됐으나 청문회는 13일에나 열린다. 이르면 이달 중 신임 헌재소장 취임이 가능하지만, 헌재가 곧바로 탄핵안 심판 과정에 돌입할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 (헌법재판소법 제3조) 이 가운데 7명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하면 △법원 제청에 의한 법률 위헌 여부 △탄핵 △권한쟁의 △정당 해산 △헌법소원 등 사건을 심리할 수 있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은 헌재소장 없이 결론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 헌재소장 부임 전까지 주요 사건 처리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탄핵의 경우 권한쟁의 여부 심판 등과 달리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한쟁의 등 심판은 재판관 과반수 찬성에도 사건에 결정할 수 있으나 탄핵은 다르다”며 “검사 탄핵소추가 사회적 관심이 큰 데다, 정치적 사안으로 부각될 수 있어 헌재가 재판관이 100% 채워질 때부터 심판 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임 헌재소장이 취임하더라도, 빈 재판관 자리를 채운 뒤 본격 심판 절차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에는 ‘임기 중 재판관이 결원된 경우에는 결원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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