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 내에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Ac225) 기반의 방사성의약품(RPT) 프로그램 2~3개를 임상시험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숙경 SK바이오팜(326030) 항암연구소장(부사장)은 12일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SK바이오팜은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며 “미국 테라파워로부터 악티늄을 아시아 4개국에 독점 공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 만큼 신속한 연구개발(R&D)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을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5년 후 아시아 최고 방사성의약품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사성의약품은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환자 몸 속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도달한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보내 암조직을 파괴하는 차세대 항암제로, 일명 ‘방사성 미사일 치료제’로 불린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핵심원료가 악티늄이다. 악티늄은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로 전립선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에 쓰인다. SK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빌게이츠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료(SMR) 기업인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3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악티늄의 공급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최근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기전이 비슷하다. ADC는 페이로드(약물이나 톡신)과 항체가 링커로 결합한다면, 방사성의약품은 악티늄 등 방사성 물질과 그를 감싸고 있는 킬레이터(chelator)가 저분자화합물과 링커로 결합해 암세포에 작용하는 방식이다. 박 소장은 “ADC는 항체의 반감기가 2~3주 정도로 체내에서 오래 머무는 데다 톡신을 결합할 경우 암세포 중 일부에서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방사성물질은 내성이 거의 없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강력한 살상무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방사성의약품 시장의 80%는 진단제 중심이었지만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승인받으면서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방사능 치료제 시장은 2030년 200억 달러(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성의약품이 그동안 활발하게 개발되지 못했던 데는 공급문제가 자리했다. 방사성 물질 생산 공정이 까다로워 전 세계에서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SK바이오팜이 선택한 방사성 물질 악티늄은 알파 핵종으로 노바티스의 ‘플루빅토’에 활용된 베타 핵종보다 더욱 원료가 희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 핵종은 베타 핵종과 비교해 에너지가 높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 반면 이동거리가 짧아 정상조직에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악티늄 공급문제를 해결한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박 소장은 “SK바이오팜은 알파 핵종의 치료제 개발·제조까지 ‘원 스톱’ 프로세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초반에는 아시아에서의 악티늄 공급권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추후 악티늄 생산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R&D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 소장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기초 연구부터 방사선 동위원소 생산 및 신약개발의 활용을 위한 플랫폼과 인프라 개발, 임상시험을 위한 방사성 의약품의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SK바이오팜은 악티늄 생산 원료를 확보했고 이를 이용한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임상시험도 착수한 경험이 있어 R&D가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전립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등 다양한 표적과 암종을 대상으로 방사성의약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현재 방사성의약품은 말기에 더 이상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 대상으로 진입을 했고 점차 말기 이전단계 치료제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SK바이오팜은 노바티스가 출시한 약물보다 뛰어난 효능의 의약품 개발을 고민하는 동시에 다양한 표적과 암종류를 고려해 의약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