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해외 오피스 빌딩 부실 우려가 한층 커진 가운데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의 수익률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부 펀드는 올 들어서만 무려 80%가 넘는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0일 현재 49개의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중 30개(약 61.2%)가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TRIANON)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파생형) 클래스A’는 -82.32%로 꼴찌를 기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이 펀드를 포함해 총 37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한 뒤 현지 금융기관 대출로 약 5000억 원을 추가 조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을 매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금리 인상 여파까지 미치며 트리아논의 감정평가액이 매입 시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최근 수익자 총회를 통해 만기를 2년 연장했지만 원금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파생형)’와 ‘미래에셋맵스미국부동산투자신탁11’, ‘현대유퍼스트부동산투자신탁30(파생형)’ 등도 연초 이후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49개 전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중 9개를 제외한 40개 펀드(약 81.6%)가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시장이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 자산을 매각할 수 있게 펀드 만기연장을 돕는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자금을 출자해 현지의 선순위 대출을 넘겨 받아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관 투자자 중심의 사모펀드들은 추가 자본 출자를 통한 리파이낸싱이나 대출만기 연장을 통해 손실을 줄이지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모인 공모펀드는 이 같은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규모는 개인 자금 1조 478억 원을 포함, 총 1조 2757억 원이다. 이중 53%인 6755억 원이 올해와 내년에 만기를 맞는다. 윤 의원은 “건물가격이 20% 하락하면 공모펀드 손실률은 50%에 이른다”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막기 위해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대환대출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리파이낸싱 펀드의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제펀드를 조성해 일시적인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주더라도 해외 부동산 시장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펀드별로 상황이 달라 일정한 지원기준이나 출자 규모를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제펀드 개념 자체가 원금손실 가능성을 전제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투자원칙을 깨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운용사는 손실을 확정하면서도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공동 출자에 대한 일치된 의견이 나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