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인기 창출을 넘어서 본격적 수익화 단계를 추진한다.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3 태국 K박람회’에서 K콘텐츠 업체들은 새로운 판로 창출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9~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태국 방콕에서 ‘2023 태국 K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K콘텐츠와 연관 산업의 해외수출 활성화와 한류 촉진을 위해 열렸다.
11·12일 열린 B2C 전시체험관에는 27개 기업이 부스를 열었고 2만 5000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찾아 K콘텐츠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행사에서는 기존 인기 사업인 K팝·드라마 뿐 아니라 캐릭터와 웹툰 산업이 크게 주목받았다.
더핑크퐁컴퍼니의 전체 채널 중 조회수 10위권에 들며 태국에서만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23억 회를 넘어가는 등 현지화로 큰 인기인 ‘핑크퐁 아기상어’의 더핑크퐁컴퍼니는 아기상어 퍼레이드와 미니쇼를 선보여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규 콘텐츠인 ‘씰룩’의 콘텐츠가 상영되고 굿즈도 전시됐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540개 바이어가 참여해 OTT·방송사·출판사 등과 미팅을 진행했다”며 “B2C 행사에서는 ‘씰룩’과 OST 협업 중인 보이그룹 라이즈의 팬덤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웹툰 스튜디오인 키다리스튜디오는 주력 장르인 BL·GL 장르의 웹툰을 선보였다. 최근 웹툰 플랫폼 코미코를 인수하고, ‘봄툰’ 등 플랫폼을 태국에서 함께 운영 중인 키다리스튜디오는 개방적인 문화를 보유 중인 태국을 적극 공략 중이다. 이날 열린 MD스토어 ‘제이미샵’에도 부스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2021년 진출한 카카오웹툰도 부스를 열었다. 카카오웹툰 관계자는 “여성층 위주로 로맨스판타지·현대판타지의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넷마블과 협업한 버추얼 아이돌 걸그룹 ‘메이브’도 행사에 참가했다.
국내 업체들 간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P2E(Play to Earn) 게임인 ‘드로우샵 킹덤 리버스’는 태국에서 800만 개가 넘게 팔린 대체식품을 개발한 ‘인테이크’와 협업해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정종훈 나인투랩스 감사는 “현지 인기 음료와 협업해 게임 홍보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9·10일 열린 수출상담회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농식품 등을 제외하고 콘텐츠 부문에서만 국내 40개사와 해외 콘텐츠 바이어 134개사가 참여해 K콘텐츠 수출의 판로를 모색했다. 총 상담액만 6822만 달러였다.
태국의 미디어 산업 육성지원 공공기관인 타이미디어펀드(TMF)도 콘진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내 기업 투자를 준비 중이다. 11일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타나건 씨리숙사이 TMF 회장은 “K콘텐츠 성공모델을 배우겠다"라며 기대를 표했다. 이 외에도 B2B 10건, B2C 6건의 MOU가 체결됐다.
11일 진행된 K팝 콘서트에는 4300여 명의 K팝 팬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콘서트에서는 K컬처가 태국에 얼마나 깊숙하게 파고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국 거부 등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혐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현지 보이그룹 프록시는 샤이니의 ‘누난 너무 예뻐’를 커버했는데, 관객들 모두가 한국어 가사를 자연스럽게 합창했다. 보이그룹 온앤오프의 한 팬은 “영상으로만 보던 아티스트를 눈앞에서 실제로 보다니 믿을 수가 없다”며 “앞으로도 태국을 자주 방문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K콘텐츠와 유망 소비재가 해외로 동반 진출할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