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로 비예가스(41·콜롬비아)의 양쪽 손목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positive energy)’와 ‘태도(attitude)’라는 단어는 그의 최근 삶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간절히 바라던 우승은 9년 넘게 없었고 3년 전에는 생후 22개월 된 딸을 뇌암으로 떠나보내는 비극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한 말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었다.
13일(한국 시간) 버뮤다 사우샘프턴의 포트 로열GC(파71)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터필드 버뮤다 챔피언십(총상금 650만 달러). 비예가스는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낚아 최종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적었다. 2위 알렉스 노렌(스웨덴·22언더파)을 2타 차로 제친 그는 2014년 윈덤 챔피언십 이후 9년 3개월 만에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17만 달러(약 16억 원)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그린을 읽는 것으로 유명해 ‘그린 위 스파이더맨’으로 불린 비예가스는 2008년 BMW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2014년까지 4승을 거뒀고 한때 세계 랭킹 7위까지 올라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 7월 딸 미아가 사망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지난해 세계 랭킹이 654위까지 떨어지는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비예가스는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돕기 위해 ‘미아의 기적’이라는 자선 재단을 설립하는 등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지난주 월드와이드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하며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톱10에 들었다. 그리고 이날 우승으로 투어 시드 2년과 내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우승 이후 비예가스는 “골프는 내게 훌륭한 것을 정말 많이 줬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걷어차기도 했다. 인생도 마찬가지였다”며 “미아가 하늘에서 웃으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GA 투어 통산 4승의 김시우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축하한다’는 글을 올려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비예가스의 동생 마누엘 비예가스는 올 시즌 김시우의 캐디를 맡았다.
마티 슈미트(독일)가 3위(21언더파), 칼 위안(중국)이 4위(20언더파), 노승열은 공동 72위(5언더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