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해서"…건물주 살해 한 주차관리원

“평상시 욕설·반말 잦아" 폭력적 성향
CCTV 기록 삭제 주차장 임차인도 체포
"주범 김 씨, 조 씨의 염전 노예 수준"
살인 청부·공모 가능성 배제 못해

살인 사건이 발생한 영등포구의 한 건물 입구. 채민석 기자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주차 관리인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80대 건물주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주차 관리인이 평소에도 인근 가게 점주들이나 주차장 이용자들에게 폭력성을 보이는 등 고위험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13일 서울영등포경찰서는 12일 오후 9시 32분께 30대 주차 관리인 남성 김 모 씨를 강릉 KTX역 앞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12일 오전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건물주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A 씨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주차장을 공유하고 있는 건물 옆 모텔의 주인 40대 남성 조 모 씨도 같은 날 오후 10시 10분께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조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다 조 씨가 사건 당일 CCTV 기록 등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조 씨는 A 씨 소유 건물의 주차장 부지를 임차해 운영해왔다. 조 씨와 A 씨는 주차장 임대와 관련해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조 씨가 2020년 7월부터 주차 관리인으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조 씨는 각각 살해 사실과 CCTV 삭제 사실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 씨와 조 씨의 공모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김 씨가 평소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조 씨에게는 공손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김 씨는 주차장 고객에게 주차권을 던지며 반말을 해 자주 싸움이 벌어질 정도로 다혈질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조 씨에게는 깍듯했고 반대로 조 씨는 김 씨를 염전 노예 부리듯 대한 것으로 알고 있어 ‘조 씨가 청부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주차장 고객에게 주차권을 던지며 반말을 해 자주 싸움이 벌어지거나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사유지 침범’이라며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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