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계가 저가 공세를 무기로 글로벌 전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차전지 시장의 절반을 집어삼키고 원재료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루며 ‘전기차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구도다. 중국 정부 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해상 육상 실크로드) 정책을 통해 원료 공급망을 확보한 데서 더 나아가 대규모 지원금으로 2차전지·전기차 업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미국 자동차 업계는 임금 인상이라는 파고에 미래 투자를 줄이고 있어 전기차 시장의 패권이 중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2차전지 업체 비야디(BYD)는 태국·브라질·헝가리 등지에 총 5개 공장을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태국과 헝가리는 각각 동남아·유럽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삼고 브라질에서는 전기차뿐 아니라 리튬 등 2차전지 원재료까지 가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닛케이는 “BYD가 이미 50개 이상 국가에 진출했고 올 3분기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배 늘었다”고 전했다.
BYD는 저가 정책으로 세계 각지를 공략하고 있다. 닛케이는 “닛산 준중형 해치백 ‘리프’가 408만 엔(약 3500만 원)인 반면 제원이 비슷한 BYD의 돌핀은 절반 수준인 200만 엔대에 구매가 가능할 뿐 아니라 주행거리도 길다”며 “그럼에도 전기차로 돈을 버는 업체는 테슬라·BYD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은 동남아와 동유럽·남미 지역을 공략할 강력한 무기다. BYD는 신흥국에서 높은 인기를 토대로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올랐고 올해도 1위 수성이 유력하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의 집계를 보면 올해 초부터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판매 대수는 BYD가 199만 3000대로 1위였다. 미국의 테슬라는 132만 4000대에 그치며 2위에 머물렀다. SNE리서치는 “올해 BYD의 판매량은 300만 대 돌파가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앞으로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글로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지난해 16%에서 2030년 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앨릭스파트너스는 “2030년에도 중국을 제외한 동북아에서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겠으나 동남아에서는 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생산비의 30%를 차지하는 2차전지에서 나온다. BYD는 전기차와 2차전지를 동시에 생산하는 사실상 유일한 자동차 업체로, 전기차 시장 태동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는 이를 통해 2차전지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2차전지 시장에서 BYD의 점유율은 15.8%로 LG에너지솔루션(14.2%)을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중국 CATL로 점유율은 36.6%에 달한다. CATL과 BYD의 점유율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품질이 낮은 것도 아니다. BYD와 글로벌 1위 2차전지 기업 중국 CATL은 저렴하고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주력이지만 모듈을 없앤 ‘셀투팩(CTP)’ 기술로 공간 효율화에 성공하며 약점을 지웠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힘이 됐다. 자동차 분야의 후발 주자였던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 반격을 노리고 일찌감치 지원책을 폈다. 일대일로를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각지의 광물자원도 선점했다. 2차전지에 직접 보조금을 줄 뿐만 아니라 완성 전기차에도 자국산 배터리를 사용해야 구매 비용을 보전해주며 글로벌 기업에 중국산 2차전지 사용을 독려했다. 마이클 던 전 제너럴모터스(GM) 아시아담당 책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CATL 탄생 뒤에 중국 정부의 ‘마스터플랜’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