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ESS '빼곡'…"수출기업 RE100 고민 해결"

◆SK에코플랜트 창원그린에너지센터·고성 신야드 가보니
에너지 저장·생산시스템 모두 갖춰
기업이 원하는 비율만큼 전력 보내
오션플랜트선 해상풍력 재킷 생산
RE100 플랫폼 핵심지로 '한걸음'

김해공항에서 1시간 여 달려 서마산 나들목을 지나자 드넓은 동전산업단지가 눈 앞에 펼쳐졌다. 이윽고 도착한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축구장 하나 남짓한 규모였지만 태양광 설비를 비롯해 전기를 저장하는 ESS, 수소연료전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기 등 기기들로 빼곡했다. 통합관제센터의 대형 모니터에는 신재생에너지 수요와 공급 현황을 나타내는 숫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통해서만 연간 2620MW/h 가량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고 있다. 연간 4인 가족 기준 약 700가구에게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 전기는 해외 수출을 위해 RE100을 달성해야 하는 인근 기업으로 공급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태양광과 연료전지, 수소 생산, ESS(에너지저장시스템)까지 이종 에너지 생산과 저장 시스템이 다 결합돼 있는 곳은 국내에서 창원그린에너지센터가 유일하다”며 “자력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이 어려운 중소·중견 수출 기업들에게 해외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환경·에너지 신사업에 뛰어든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총 사업비 393억 원을 투입해 이 곳을 건설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들은 창원국가산단 내 위치한 4곳의 수출 기업들에 '1대 N' 방식의 직접전력거래계약(PPA)으로 공급된다. 각 기업이 원하는 비율만큼 전력을 구매할 수 있어 단계적으로 RE100을 수행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인 RE100은 수출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애플·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건설기계 부품 수출 업체인 현대정밀이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기업인 볼보건설기계의 1차 협력사 현대정밀은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필수인 상황이다.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는 "자체 발전을 3년 전부터 검토했지만 투자 대비 효용이 적어 사실상 불가했다"며 "SK에코플랜트의 RE100 지원을 통해 현재 전체 소비량의 30%를 태양광 발전 에너지로 대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처럼 자체적으로 RE100 이행을 준비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형편에 맞도록 다수 전기사용자들에게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전기 가격은 일반 산업용 전기보다 1.5배 가량 높지만, 이 곳에서는 센터 내 유휴부지에 분산에너지인 연료전지를 설치해 얻는 전력 판매 수익을 활용해 비교적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해상 풍력 역시 SK에코플랜트의 에너지 밸류체인의 중요 고리이며 그 핵심은 SK오션플랜트가 담당하고 있다. 고성으로 이동해 꼬불꼬불한 해안길에 들어서자마자 바다 너머 주황색 초대형 크레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도착한 SK오션플랜트 제 1야드에서는 커다랗고 두꺼운 대형 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리는 'JCO 공정'이 한창이었다. 해양 플랜트와 조선 등을 수행하던 야드는 이제 글로벌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지탱하는 튼튼한 하부구조물(재킷) 제조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해상풍력 발전기를 3~4개의 지지대로 고정해 수심이 깊은 곳에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용접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식이 최소화돼야 하는 만큼 촘촘한 품질 검사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처럼 자회사들이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RE100 플랫폼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태양광, 풍력 뿐만 아니라 소수력, 바이오매스 등 다양한 고객들의 상황과 여건에 맞춘 재생에너지원을 제공하고 계약기간에 따라 매칭하는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에너지 담당 임원은 "향후 그린수소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가 초기 사업개발부터 기자재 제조, EPC까지 아우르는 자기완결적 밸류체인과 연계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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