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다. 사회적대화를 실패하거나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들러리로 내세운다면 사회적 대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노사정(노동계, 경영계, 정부) 중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란봉투법 입법이 무산될 경우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다시 중단하겠다는 관측에 김 위원장이 직접 선을 그은 것이다. 단 한국노총은 노란봉투법 무산 시 이에 대한 정부 투쟁에 나서며 동시에 노사정 대화에서 오를 의제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은 15일 MBC라디오프로그램인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거부권을 행사해도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겠느냐는 질문에 “싸워야 할 거리는 단호하게 투쟁하고 서로 대화를 통해 풀 지점, 완화하거나 타협할 지점은 대화대로 하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거나 복귀하지 않거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판단으로 이뤄질 것으로 봤다.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로 13일 경사노위 복귀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단 김 위원장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해 “그동안 이야기한대로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 복귀가 투쟁의 포기이거나 힘이 모자란 것이 아니다, 대화란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사회적 복귀를 하게 된 배경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을 노동계 대표 조직으로서 인정한 데 있다. 한국노총은 제 1노총으로서 민주노총과 노조 지형을 양분한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정부가 노정 대화를 끊고 일방적인 노동 탄압 정책을 펴왔다고 비판해왔다.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를 바꿀 새 동력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이후 양대 노총이 일종의 연대 방식으로 집회, 토론회 등을 통해 정부를 규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사회적 대화 복귀로 반노동 정책을 철회할 것 같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며 “대화 중단으로 인한 노동 압박 정책으로 (한국노총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 대화를 통해 방어와 견제, 정책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노사정 대화의 의제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 개편안을 노사정 대화를 통해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고용부는 일명 주 69시간제로 불린 전 업종 연장근로 총량 관리 방식을 포기하고 특정 업종과 직종에만 주 단위의 연장근로 제한을 풀기로 했다.
일단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복귀하면서 이를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일명 주 69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다, 사회적대화를 실패하거나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들러리로 내내세운다면 사회적 대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대화 의제에는 원하청 간 불공정 관행 시정, 하청노동자의 고용승계법,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