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줍는 어르신 돌보겠습니다”…한 종합병원장의 ‘특별한 인사말’

녹색병원, 20년간 취약계층 치료 도와
생계난·산재·불법체류 환자들 쉼터로
“노동자 아픔 공감하고 삶 치유 받아”

임상혁(가운데) 녹색병원 원장이 13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제31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에서 단체부문을 수상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전태일재단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의 폐지수집 어르신 건강을 돌보겠습니다. 취약 노동자 의료지원사업을 확대하겠습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이 ‘2022~2023 녹색병원 공익활동 보고서’에 쓴 인사말 중 일부다. 2003년 9월 서울 중랑구에서 지하 2층 지상 6층 건물로 시작한 녹색병원은 대학병원급이다. 병원은 21개 진료과목에 36명 전문의가 의료진들과 300개 병상 환자를 돌본다. 일반 병원이 하기 힘든 일을 하는 공익병원이다. 어르신을 찾아가는 지역 의료와 환경·인권·노동 보호 활동을 한다. 그동안 진료 취약 주민 약 3000명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특히 일하다 다친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병원이다. 보고에서 담긴 사례를 보면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던 47세 A씨는 십여년 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갑자기 손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이미 신장이 나빠 주 3회 투석을 하던 A씨는 생계가 막막했다. 그 때 녹색병원 건강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 받고 수술과 입원 치료까지 마쳤다. 아내와 사별하고 초등학생 딸과 중국집을 운영하다가 결핵 진단을 받은 B씨,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의 치료가 막막했던 C씨, 불법체류자로서 아이 예방접종비도 부족했던 D씨 모두 녹색병원에 감사의 글을 남겼다.


정치인, 근로자 등 단식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으로도 알려졌다. 병원을 입원했던 환자는 약 1000명에 이른다. 올해 단식을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 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작년 스스로 만든 철제감옥 안에서 28일간 단식 농성을 했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보고서에서 “단식 농성 후 치료 뿐만 아니라 단식 투쟁을 할 때도 병원장이 찾아와 건강을 살펴줬다”고 고마워했다. 국회 앞에서 44일간 단식농성을 했던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은 “농성장을 찾아와 미안하다는 말을 한 사람들 중에 녹색병원 사람들이 있었다”며 “노동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삶을 치유하는 병원”이라고 전했다.


전태일재단은 13일 녹색병원을 제31회 전태일노동상 단체부문으로 선정했다. 전태일재단은 “녹색병원은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난 의료취약 노동자의 손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임 병원장은 “모든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녹색병원은 내년 전태일 의료센터를 착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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