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형 이동욱♥F형 임수정…사랑이 서툰 어른들의 걸음마 로맨스 '싱글 인 서울' [정지은의 오영이]

영화 '싱글 인 서울' 리뷰
비연애주의 남자와 연애주의 여자의 만남
두 주인공만큼 빛나는 조연들의 코미디 연기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비연애주의자인 남자와 연애주의자인 여자가 만났다. 현실과 이상, 이성과 감성이 부딪히는 치열한 대결 속 승자는 누가 될까.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싱글로 지내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는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우연한 계기로 재회한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싱글의 삶을 다루는 에세이 시리즈의 책 출간 작업을 위해 뭉치게 된다.


MBTI(자기보고형 성격 유형 검사)에 T형(이성적)이 들어간 것이 분명한 영호는 일타 강사로 싱글의 삶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금방 사랑에 빠지고 사람들을 쉽게 믿는 완벽한 F형(감정적)인 현진이 싫지 않다. 더불어 현진과 함께 책 작업을 하며 현진이 편집장으로서 짊어지고 있는 꿈의 무게에 대해 깨닫고 자신 또한 조금씩 성장하며 글을 써나간다. 그렇게 영호와 현진은 아기가 걸음마를 떼듯, 조심스럽게 서로를 향해 다가간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도, 떠날 때도 혼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다른 인간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작품 속 "성경도 편집자가 있다"라는 대사처럼, 신의 말도 다른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 전해지는 법이다. '싱글 인 서울'은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사랑을 하는 것도, 상처를 받는 것도, 성장하는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를 품은 작품이다.


‘싱글 인 서울’은 몽글거리는 감정으로 반짝이는 영호와 현진의 모습 이외에도 출판사 내 직원들의 코믹한 모습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박범수 감독은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 영화가 보여주는 클리셰를 버리고 오피스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 영화를 탄생시켰다. 회식을 좋아하는 MZ 세대 인턴, 술자리에서 한약을 달여 달라는 눈치 없는 직원 등 일반적인 경우를 떠나 각자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유쾌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이미도를 비롯한 배우들은 실제로 파주 출판 단지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회사원이 된 심정으로 연기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싱글 인 서울'은 이동욱과 임수정의 코미디 연기가 잔상에 남는 작품이다. 겉으로만 보면 냉미남일 것만 같았던 영호는 과거 여자친구들에게 호된 이별을 당했었고 이동욱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찌질한 감정들을 뻔뻔한 코미디 연기를 통해 제대로 표현했다. 임수정 또한 덤벙대는 성격으로 인해 사고를 치거나 술 주정을 부리는 등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 버튼을 저격한다. 최근 영화 '30일'(감독 남대중)이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올해 로맨스 코미디 장르 영화 흥행 계보를 이을 작품으로 '싱글 인 서울'이 꼽힌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싱글 인 서울'은 동시기 개봉하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과 극장에서 맞붙는다. 다소 웃긴 우연의 일치지만 두 작품 모두 제목에 '서울'이 들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두 작품은 서로 전혀 다른 장르와 서사를 품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사회를 거친 '서울의 봄'이 호평을 받고 지난 12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예매율 1위에 오르며 '싱글 인 서울'은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박범수 감독은 경쟁이 아닌 상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싱글 인 서울'과 '서울의 봄'을 합쳐 '싱글 인 서울의 봄'이라는 단어를 만들며 두 작품 모두 잘 되길 바라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싱글 인 서울의 봄'이 가득한 12월의 극장이 될 수 있길 관객들의 힘을 기대해 보게 된다.


29일 개봉. 103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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