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 대모산성에서 후삼국 시대 궁예가 건국한 나라인 ‘태봉(901~918)’의 연호가 적힌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출토됐다. 태봉의 수도였던 ‘철원성’이 현재 휴전선 지역에 있어 연구가 어렵고 또 전반적으로 유물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유적은 태봉사 연구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양주 대모산성 동쪽 성벽 구간 일대를 조사한 결과,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 시설에서 목간 1점을 발견했다. 이 목간은 길이가 약 30㎝로 나무를 8각으로 다듬어 만들었고 이들 8면 가운데 총 6면에 한 줄씩 글이 적혀 있다. 남은 2면 중 1면은 비어 있었고, 다른 1면에는 얼굴을 그린 듯한 형체와 글씨가 있다.
글자가 남아있는 한 면을 해독한 결과,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간에 언급된 ‘정개’는 태봉국의 연호로 914~918년 사용됐다. 이에 따라 ‘정개 3년’은 916년을 의미한다. 목간에서는 또 다른 ‘성’(城), ‘대정’(大井), ‘대룡’(大龍)이라는 글자도 확인됐는데 ‘성의 큰 우물에서 큰 용을 위한’ 행위가 있었고 이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발견 당시 목간은 나무로 만든 배 모양의 조각과 함께 집수시설에서 출토됐다. 목간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배 모형은 의례용으로 쓰였거나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양주시 관계자는 “8면에 쓰인 글자를 합치면 120여 자”라며 “연대가 확실하고 지금까지 나온 목간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주 대모산성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대모산성은 당시 태봉의 수도인 ‘철원성’에서 서남쪽으로 약 60㎞ 떨어져 있는데 임진강과 한강 유역을 연결하는 길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