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법정관리 때 설립된 노조…이 中企의 ‘반전 드라마’

정석케미칼, 고용부 노사문화대상서 대통령상
노조 설립 후 1년 뒤 법정관리 탈출…매출 14%↑
HD현대로보 노조, 위기 때 교섭 위임 ‘고통 분담’

김용현 정석케미칼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책을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출처=정석케미칼 홈페이지

전북 완주군에 있는 페인트도료 제조업체인 정석케미칼은 2014년 법정관리란 위기를 맞았다. 법정관리는 법원이 기업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이 기간 기업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든 안이 쏟아진다. 임금 삭감뿐만 아니라 인력 감축이 다반사다. 정석케미칼 노조는 이런 위기 때 설립됐다. 경영 책임을 따지거나 회사에 항의하려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다. 직원들도 임금 삭감을 감수했다고 한다. 그 결과 1년 만에 정석케미칼은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기업은 노조의 믿음에 화답했다. 이 회사 대표는 분기가 끝나면 직원에게 경영 현황을 직접 발표한다. 우리사주제도를 운영해 기업의 성과를 직원과 공유한다. 만 60세 정년을 보장하고 퇴사한 직원에게 대리점 창업을 지원한다. 직원은 여성, 생산직, 영업직 차별 없이 뽑는다. 그 결과 매출 상승폭은 2020년 0.5%에서 올해 14%로 뛰었다. 전체 직원 360명 가운데 노조원은 119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2014년 노조 설립 이후 한번도 노사분규가 없었다. 이 기업 철학은 ‘회사가 있어야 직원이 있고, 직원이 회사의 주인이다’라고 한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노사문화대상에서 정석케미칼이 대통령상을 받은 이유다. 정석케미칼과 함께 대통령상을 공동 수상한 HD현대로보틱스도 기업 위기 때 노사 고통 분담의 모범이다. 2020년부터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 19 사태로 모든 기업이 휘청였다. 2021년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에 동의했다. 작년 노조는 회사에 단체교섭까지 위임했다. 사측은 기본급 4.3% 인상으로 화답했다. 사측은 위기 때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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