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음 내며 떠난 빛 화살 ‘현궁’ 그 위력은…수 초 뒤 표적 ‘산산조각’[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병사 휴대 또는 차량 탑재도 가능
‘탠덤 방식’ 탄두, 관통력 대폭 향상
北모든 전차 파괴하는 탄두 적용

육군7군단 장병이 경기도 파주시 일대 훈련장에서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우크라이나 한 군인이 혼자서 하루 만에 러시아군 탱크 5대를 파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슈퍼맨 같은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미국이 지원한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FGM-148 ‘재블린’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최신 전차도 성스러운 재블린 앞에서 나약할 뿐이다.” 미국의 블룸버그통신가 ‘재블린’에 대해 이 같이 보도하기도 했다. 무서운 기세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왔던 러시아 전차들이 미국에서 공수 받은 재블린에 파괴되면서 전장 상황이 역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방산업계 관계자도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공략할 것으로 보였던 러시아가 진격속도를 늦추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공수해준 재블린을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 전차들이 재블린에 격추당하면서 전쟁의 분위기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재블린은 견착형 대전차 미사일로,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8500대 가량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러시아와의 전쟁 전황을 바꾸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여러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무기체계가 있다. 재블린과 유사한 형태와 성능을 가진 대전차 미사일로 국내에서 개발한 ‘현궁’이다. 중동 및 유럽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구매하기도 한 무기체계다. 현궁은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다. 현궁은 국방과학기술연구소(ADD)가 개발을 총괄했다. 유도탄은 LIG넥스원이 생산하고,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발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빛 화살(晛弓)’이 굉음을 내며 사수의 손을 떠나고 수 초 뒤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표적이 모래폭풍을 내며 산산조각 나자 사격을 지켜본 참관자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육군25보병사단은 경기도 파주시 일대 훈련장에서 실시한 중거리 보병용 유도무기 ‘현궁(晛弓)’ 시범식 교육에서 현궁 실사격 모습을 보고 연출된 모습이다.


‘현궁’은 대한민국 국군이 보유한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다.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MRIM·Medium Range Infantry Missile)로 휴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적 전차·장갑차 등과 교전하기에 충분한 화력과 스마트한 기능을 탑재해 사수의 생존성 또한 대폭 향상된 무기체계다.


보병대대급 대전차 유도무기인 90㎜, 106㎜ 무반동총과 토우(TOW) 대전차 미사일 등 노후화한 대전차 무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2002년 처음으로 합참에서 소요가 결정된 뒤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아래 탐색개발과 체계개발을 거쳐 2015년 8월 개발이 완료됐다. ADD가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을 참고해 만든 것으로, 1500억원이 투입됐다. 육군 전방부대와 서북도서의 해병대에 전력 배치된 것은 2017년부터다.


유효 사거리 2㎞급으로 중(中)대전차무기(MAW)의 개념과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이 무기체계는 소형전술차량에도 탑재 가능하다. 미사일과 발사기로 구성되고 통상 대대 편제되며 2~3명이 대전차 공격조로 구성 및 운용하게 된다.



육군 장병이 경기도 파주시 일대 훈련장에서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현궁의 가장 큰 특징은 재블린처럼 3세대급 보병용 대전차 유도무기로 CCD 소자나 열영상 감지 탐색기, 수동 또는 능동형 밀리미터파 탐색기 등을 복합해 적용한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사일 스스로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표적을 추적하기 때문에 발사 직후 사수가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만큼 사수가 공격당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이전 세대들과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다. 이전 세대들은 발사 후 지속적으로 목표물을 바라보는 수동시선유도와 반자동 시선유도 방식으로 발사 직후 사수와 대전차 공격조원들이 공격당할 확률이 높은 단점이 있다. 미국의 재블린, 이스라엘의 Gill, 일본의 XATM 등도 3세대다.


미사일 중량이 13kg에 불과해 유사한 다른 무기들보다 3kg이상 가볍다. 지상발사시 사거리는 약 2.5~3km이며, 관통성능은 900mm에 달한다.


직사모드와 탑어택 모드를 선택이 가능하다. 직사모드의 경우 발사지점에서 목표물까지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탑어택 방식은 발시 이후 일정 고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목표물에 직각으로 떨어지는 방식이다. 발사모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의 대전차 전력을 비롯해 엄폐호 공격이 가능하고, 한정적이지만 헬기공격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궁은 무엇보다 재블린보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재블린은 표적 조준 과정에서 적외선 CCD(Charge Coupled Device)를 사용하는 데 30초 정도의 냉각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궁은 비냉각식 적외선 CCD와 가시광선 카메라를 채택해 주야간 모두 곧바로 표적 조준 후 발사가 가능하다.


가격도 동급 무기체계 대비 저렴하다. 재블린의 대당 가격이 3억원으로 알려졌는데, 현궁의 대당가격은 1억원 정도다.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LIG넥스원이 생산 중인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현궁’. 사진 제공=LIG넥스원

현궁은 유사 무기체계인 스파이크(이스라엘), 재블린(미국)에 비해 관통능력 및 유효사거리가 향상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는 현궁의 미사일이 전방의 선구탄두와 후방의 주탄두 등 2개의 성형작약탄두(Shaped charge warhead)를 직렬로 배치하는 탠덤(Tandem)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덕분이다.


즉 앞의 소형 탄두를 먼저 폭파시켜 반응장갑을 무력화하고, 연속적으로 주탄두가 본체를 타격해 파괴하는 것인데 적의 반응장갑에 대응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관통력을 높여준다. 일반 성형작약탄이 탄두 직경의 약 4~6배를 관통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중성형작약탄은 탄두 직경의약 10배를 관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미사일 동체에 접는 날개 방식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표적의 정면뿐만 아니라 장갑이 상대적으로 얇은 적 장갑차량 상부를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자율유도·상부공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유도조종기법이 적용됐다.


‘빛의 화살’이라는 뜻의 현궁(晛弓)은 영어 이름이 ‘레이볼트’(Ray bolt)다. 빛을 내며 활처럼 날아간다고 해서 붙여졌다. 미사일 비행모습도 양 옆으로 불을 뿜으며 날아가 활의 깃 모양을 연상케 한다. 전차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맨 윗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현궁은 적 전차의 상부(Top)를 주로 공격한다. 물론 상부 공격이 어려울 경우 직사로 정면(Direct)을 공격도 가능하다. 사격 후 후폭풍이 적어 실내 사격도 할 수 있다. 또 주·야간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미사일이 발사관에서 빠져나올 때는 사출모터의 힘을 빌리도록 제작했다. 발사 사수를 로켓 화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지나친 후폭풍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일종의 로켓인 이 사출모터는 화염과 후폭풍을 거의 일으키지 않고 미사일이 발사관에서 쉽게 빠져 나오게 하는 것을 가능토록 한다. 여기에 미사일은 발사관으로부터 사출 후 일정 거리를 날아간 뒤 비행모터를 점화하기 때문에 로켓 화염으로부터 사수를 보호하면서 비행에 필요한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현궁은 국내 독자 개발한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국내 군수 지원과 성능 개량이 용이하고 운용 형태 다양화와 무기체계 계열화로 군 전력 증강에 기여하고 있다”며 “향후 개발할 단거리 대전차 무기와 장거리 전술 유도무기 등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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