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계사·변호사…AI에 밥그릇 뺏긴다

■ 한은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
직업별 노출지수 국내 첫 연구
341만개 일자리 AI대체 가능
고학력·고소득일수록 영향 커
"근로자 소프트스킬 수요 늘 것"


의사·회계사·변호사·판검사 등 대표적인 고학력·고소득 직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AI가 반복적이지 않으면서 인지적인 분석 업무를 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적 기술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한 성직자·대학교수·기자 등은 AI 대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은 조사국 소속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팀장이 작성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가운데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는 341만 개로, 전체 일자리의 12%로 추정된다. AI 기술로 수행 가능한 업무가 해당 직업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직업별 AI 노출지수를 산출해 평가한 결과다. 국내 데이터를 활용해 AI 대체 직업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 한의사, 전문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판검사 등이 AI 노출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노출지수가 높을수록 AI 상용화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성직자, 대학교수, 가수·성악가, 경호원, 점술가, 기자 등은 AI 노출지수가 낮았다. AI 노출지수가 낮은 일자리는 대면 접촉이나 관계 형성이 필수적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AI 기술이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등 과거 기술과 차별화되는 점은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AI가 비반복적이면서 인지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데 이용되기 때문이다. 산업별로도 정보통신업, 전문 과학기술, 제조업 등 고생산성 산업을 중심으로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팀장은 “다른 기술과 비교했을 때 AI는 분석 업무를 더 많이 대체하는데 이런 일자리의 특징이 고소득 일자리”라며 “특히 의사는 의학 산업적으로 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고 특허도 많이 출원돼 있기 때문에 병을 진단하고 상담하는 등 업무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산업용 로봇과 소프트웨어 도입이 고용·임금에 미친 영향을 토대로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AI가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가정할 경우 AI 노출지수가 10분위 높아지면 관련 일자리의 고용 비중은 7%포인트 줄어들고 임금 상승률은 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AI가 도입되면서 근로자들에게 기존과 다른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과학·기술·공학·수학 등 기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소프트스킬(soft skill)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스킬은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을 의미한다.


한 조사역은 “AI 등 새로운 기술로 인한 생산성 효과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체 효과는 특정 그룹에 집중되는 만큼 교육이나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의 크기는 근로자들의 적응력과 정책 디자인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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