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소송에서 재판부가 포항 시민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지진 피해에 대한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모든 포항 시민이 소송에 참여할 경우 1조 원대가 넘는 천문학적인 배상액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박현숙 부장판사)는 16일 모성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공동대표를 포함한 지진 피해 포항 시민들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의 여진을 모두 겪은 포항 시민에게는 300만 원,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열발전 사업과 지진 인과관계를 다퉜는데 지열에 따른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다”며 “다만 국가가 피해 복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포항 지진 직후 결성된 범대본은 2018년 10월 1·2차 소송인단 1227명을 꾸려 대한민국과 포스코 등을 상대로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범대본에 따르면 전체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약 5만 명으로 정부 등이 소송에 참여한 포항 시민에게 지급해야 할 총 위자료는 15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아직 소멸시효 만료가 되지 않은 만큼 50만 명에 이르는 전체 포항 시민이 소송에 참여한다면 지급해야 할 위자료가 1조 5000억 원 규모까지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포항 지진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 때부터 5년으로 2024년 3월 20일까지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의 연구가 자리하고 있다. 지진 초기에는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 여간의 조사 후 2019년 3월 지열발전에 의한 지진이라고 밝혔다. 지열발전을 위해 땅속 깊이 심어진 파이프라인을 통해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모 공동대표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될 수 있는 이번 소송에서 포항 시민이 승리해 정신적 피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기각된 내용을 항소하고 공소시효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측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