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회사 존속 위한 것…사익 염두 둔 적 없다"

이재용, 결심 공판서 최후 변론
"1등 기업 걸맞지 못해…진심으로 죄송"
"韓, 지정학적 리스크 한가운데에
예측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 대응해야"
"사회적 책무에 모든 것 쏟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검찰로부터 ‘공짜 경영권 승계’라고 비판받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회사 존속과 성장을 지켜내고 회사가 잘 돼 국민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며 “두 회사 합병도 그런 흐름 속에서 추진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변론을 통해 이 같이 전했다.


이 회장은 이번 재판과 관련해 미안한 마음을 우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1등 기업, 글로벌기업에 걸맞게 더 높고 엄격한 기준에 임했어야 하는데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중요한 일을 처리하면서 더욱 신중하게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회장은 작심한 듯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과 삼성이 처한 위기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광범위하게 재편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반도체는 물론 전 세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벌어지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저는 오래 전부터 사업의 선택과 직접 신사업·신기술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지배구조의 투명화를 통해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과 관련해서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더욱이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 분들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덧붙여 “외국 경영자, 주요 주주들, 투자기관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오해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안타깝고 허무하기까지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합병은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지배구조를 투명화·단순화하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삼성 경영을 통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삼성이 세계 수준의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에 몸담은 수많은 임직원의 헌신과 희생 덕분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조부인)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시고 (부친인)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초일류기업과 경쟁·협업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 시키는 경영, 소액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관계 정착 등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이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부디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다른 경영진들에 대한 선처 요청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제 옆에 계신 피고인들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