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36만명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성공 비결은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오스탄스 '취미인클럽', 아침 인사 동호회만 3만명
'연결감'에 대한 갈망 충족…B2B·B2G 사업서 수익

오스탄스의 서비스 중 하나인 ‘세카스쿠’. /사진제공=오스탄스

※편집자 주 -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기까지 3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불과 25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출산과 결합된 빠른 고령화, 이에 따른 저성장 우려 등 두 나라의 고령화 양상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시니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관련 산업과 시장까지 육성해왔습니다. 게다가 시니어들의 다양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제품과 서비스도 풍성합니다. 라이프점프는 이같은 일본의 성공 사례와 시행착오를 현지 취재,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합니다.



‘나이를 떠나 즐거움이 있는 삶’. 일본 시니어 디지털전환(DX) 기업인 ‘오스탄스’의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5060 ‘액티브 시니어’들을 겨냥해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커뮤니티·취미·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를 세운 기쿠카와 료토 대표는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는 시니어들이 많다는 데 충격을 받아서” 이 같은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기쿠카와 대표의 부친 역시 텅 빈 캘린더에 허전해하던 시기였다. 그는 “다음 주, 다음 달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탄스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는 ‘취미인클럽’이다. 온라인으로 일기를 적거나 취미 동호회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이나 맛집 탐방, 골프처럼 흔히 떠올릴 법한 취미 클럽도 많지만 단연 눈에 띄는 클럽은 ‘오하요 클럽’이다. 이 클럽의 활동은 매일 아침 일어나 게시판에 ‘오하요(일본의 아침 인사)'라고 적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이 클럽에만 3만 명이 가입해있다. 기쿠카와 대표는 “시니어들이 얼마나 연결감을 원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재 36만 명의 시니어가 3만 5000여개의 클럽에서 활동 중이며 월평균 조회수는 3000만 회에 이른다.



지난 10월 도쿄 시부야에서 라이프점프와 만난 기쿠카와 료토 오스탄스 대표. /유주희기자

기쿠카와 대표는 “취미인클럽 이용자들의 글들은 검색엔진에도 노출되기 때문에 게시물이 쌓일수록 점점 회원이 모이면서 입소문이 났다”며 “다행히 이용자들이 스스로 클럽 내 규칙을 만들고 클럽 내 다툼이나 상업활동 등을 다같이 감시하는 등 자정작용이 활성화돼 있다”고 귀띔했다.


‘세카스쿠(세컨드 스쿨)’은 시니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온라인 서비스다. 시니어들의 체력과 건강을 감안한 요가 프로그램, 주름을 방지해주는 페이스 요가, 일본 내에서 인기가 높은 TV 역사 프로그램을 교재로 삼아 강연하는 역사 교실, 와인 클래스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갖춰져 있다.


오스탄스는 이용자들의 일기와 클럽 게시물, 그리고 연간 300명 안팎의 1:1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니어들을 연구한다. “회원들은 무료로 취미인클럽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맙게 여기고 있는 데다, 보상보다는 인간관계·연결감에 대한 열망이 있기 때문에 심층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오스탄스의 B2B, B2G 사업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시니어 타깃의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오스탄스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식이다.


아예 오스탄스와 손잡고 공동 서비스에 나서기도 한다. 미츠비시UFJ 은행과는 시니어 인턴십을 기획했고 도쿄 오오타구와는 지자체 웹 커뮤니티인 ‘오오타 배움의 숲’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음료·주류 회사인 산토리와 공동 진행 중인 ‘굿 에이징 스쿨’에선 즐겁고 멋있게 나이 들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을 겨냥해 온라인으로 페이스 요가, 보컬 트레이닝, 와인 강좌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오스탄스의 주된 수익은 B2B, B2G 사업에서 나온다.



레시피 공유, 사진, 여행, 영어일기 등 다양한 취미 클럽. /취미인클럽 캡처

‘기업들이 시니어 마케팅에서 실패하는 사례’를 묻자, 기쿠카와 대표는 “요즘 60대는 젊은데도 옛날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며 마케팅하는 사례”를 꼽았다. 또 데이터과 연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기업들이 간과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어 같은 60대라도 여전히 일을 하는지, 부인이 있는지, 도시에 거주하는지 등에 따라 생활 패턴이 다른데 이런 데이터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보청기를 예로 들었다. “보청기를 쓰기 싫어하는 시니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을 때 본 커다란 보청기가 흉했던 기억’ 같은 원인이 있고, 원인을 파악하고 나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설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최근의 시니어들은 점점 디지털에 익숙해지고 있는데 못 쓴다고 상정하는 것도 흔한 마케팅 실패 원인”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쿠카와 대표를 비롯, 오스탄스의 직원 40여명은 대체로 2030이다. 그는 “어르신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취미인클럽 이용자들도 더 나이를 먹겠지만 연결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성장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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