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데뷔해 초동 2.3만장…김계란의 걸그룹 'QWER' 아시나요 [허지영의 케해석]


주목할만한 케이팝 아티스트, 허지영 기자가 케-해석 해봤습니다!


걸밴드 QWER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데뷔 싱글 앨범으로 초동 주문량 약 2만3000장. 역대 걸그룹 9위에 이름을 올린 신인이 있다. SM이나 하이브, JYP, YG 등 대중이 이름을 아는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다. 아니, 연습생 시절이란 것을 거치지도 않았다. 바로 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걸밴드 '큐더블유이알(QWER)이다. 운동 유튜브로 시작해 어느덧 아이돌 제작자가 된 김계란과, 인터넷 방송 등으로 이미 각자 팬덤이 형성된 개성 넘치는 멤버 네 명 쵸단, 마젠타, 히나(냥뇽녕냥), 시연이 모였다. 이들의 목표는 무려 '세계 정복'. 대형 기획사와 비밀리에 이뤄지는 오랜 트레이닝, 음악방송 데뷔 등 가요계의 신인 데뷔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는 QWER, 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그룹이 우리 가요계에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QWER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트위치 스트리머·틱톡커...그룹명은 '롤'에서 착안 = QWER은 지난 10월 18일 싱글 앨범 '하모니 프롬 디스코드(Harmony from Discord)'로 데뷔했다. 그룹명은 인기 온라인 게임 '레전드 오브 리그'에서 사용하는 스킬 키인 Q, W, E, R을 따왔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한 10~20대라면 모를 수 없는 단축키다. 싱글 앨범명의 '디스코드' 역시 국내 게임 유저들이 많이 쓰는 메신저인 '디스코드'에서 따왔다. 멤버 넷 중 세 명(쵸단, 마젠타, 히나)이 트위치 및 유튜버로 게임 스트리머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팬덤을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다. 네 명의 개인 SNS 팔로워를 합산하면 1000만 명이 훌쩍 넘어간다.



QWER 싱글 1집 '디스코드' 쵸단 티저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QWER 싱글 1집 '디스코드' 마젠타 티저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우선 쵸단은 이미 지난 2020년부터 게임 트위치 스트리머로 활동해 현재 트위치 생방송 인기 스트리머 TOP3에 꼽히는 유명 인물이다. 트위치 약 36만 명, 유튜브 약 5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마젠타 역시 트위치 팔로워 50만 명을 확보한 인기 스트리머다. 2018년부터 스푼 라디오 등 초창기 방송 플랫폼을 통해 내실을 다진 인터넷 방송인이다.



QWER 싱글 1집 '디스코드' 히나 티저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QWER 싱글 1집 '디스코드' 시연 티저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히나는 본래 '냥뇽녕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인기 틱톡커다. 팔로워가 무려 400만 명에 달한다. 그가 주로 올리는 사진과 영상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다. 콘셉추얼하고 완성도 높은 코스프레로 '틱톡 여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지막 멤버 시연은 일본 걸그룹 NMB48 출신으로 유일한 '아이돌 경험자'다. 시연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걸그룹 AKB48의 자매 그룹인 NMB48에서 활동한 최초의 외국인 멤버이기도 하다.



QWER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연습생'은 생략, 모티프는 日애니메이션 = 멤버들은 '비공개' 연습생이 되어 소속사의 비호 아래 철저히 트레이닝을 받는 기존 아이돌 데뷔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는다. 스트리머이지만 QWER로서 아이돌 걸밴드 활동도 하고, 그러다가 유튜브에도 출연한다. 브라운관보다 유튜브, 유튜브보다 플랫폼이 우세한 흐름 속 QWER은 '아이돌'과 '연예인, '데뷔'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가장 트렌디한 시도를 하고 있는 셈이다.



QWER 유튜브 시리즈 '최애의 아이들' 갈무리 / 사진=타마고 프로젝트

QWER은 김계란을 필두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가짜사나이', '머니게임'을 제작한 콘텐츠 제작사 3Y코퍼레이션, 그리고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최예나, 세븐틴 등의 앨범을 담당한 뮤직 퍼블리셔(음악 저작물의 관리, 작곡가들의 매니지먼트 및 곡의 셀링 등을 진행하는 출판사) 프리즘필터와 손잡고 QWER을 론칭했다. 지난 7월부터 선보인 QWER의 데뷔 제작기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에서는 김계란이 멤버 네 명을 한 명 한 명 캐스팅하는 과정과 멤버들이 데뷔에 임하는 각오 등이 담겼다. 트렌디한 시도를 하는 와중에도 아이돌만이, 데뷔하는 신인만이 선보일 수 있는 기존 콘텐츠들의 성격은 착실히 반영한 것이다.


제작자 김계란은 2017년부터 운동 및 재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을 운영해 온 유튜버다. 현재 구독자 약 309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걸그룹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는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와 '봇치 더 록!'이다. '최애의 아이'는 다수 국내 아이돌이 틱톡 챌린지를 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특수한 DNA로 외모·퍼포먼스·실력 모두 '전설의 아이돌'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최애의 아이'와 주인공 '봇치'가 동급생과 걸밴드를 만들어 나가는 내용의 '봇치 더 록!' 모두 QWER과 닮았다. 브라운관보다 막강한 화제성을 자랑하는 인터넷 방송에서 톱 인기를 달리는 멤버들을 한데 모아 '최강 비주얼' 걸밴드로 만들어 낸다는 과정에서다.



QWER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화제성 높지만…'일본스러움' 우려도 = 현시대가 플랫폼의 시대임을 반증하듯 QWER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 싱글 초동(발매 일주일간 판매량)은 약 2만 2570장 판매됐는데, 이는 역대 K-팝 걸그룹 초동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음원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특히 유튜브 뮤직의 한국 인기곡 TOP100 차트에서는 '디스코드'가 최초 88위에서 27위로 껑충 뛰며 4주째 '정주행'하고 있다. 플랫폼 1군이 모인 만큼 틱톡에서도 발군이다. 틱톡의 데뷔곡 챌린지의 누적 조회수는 1300만 뷰에 달한다.



QWERX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컬래버레이션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게임 스트리머 출신 멤버들의 영향력 덕에 게임 산업과의 협업도 활발하다. QWER은 넥슨의 대표 모바일 게임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정식 협업에 이어, 18일에는 글로벌 최대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빅매치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결승 전야제 사전 공연에 출연한다. 다음 달에는 국내 최대 애니&게임 축제 'AGF2023'와 동시에 열리는 페스티벌 '원더리벳 스테이지'에 헤드라이너로 출격한다.


QWER의 데뷔곡 '디스코드'는 경쾌한 밴드 사운드를 살린 락 장르의 곡이다. 조금은 어색한 하모니라 해도 그것도 그것대로 꽤 멋지잖아 / 무지개 멜로디는 저 하늘을 날아 / 등 시작을 알리는 멤버들의 포부가 아기자기한 비유의 가사로 표현됐으며, 메인 보컬 시연의 시원시원한 보컬과 풍성한 밴드 사운드가 청량함을 안겨준다. 곡은 프리즘필터 소속 프로듀서진을 비롯해 쵸단과 시연도 작곡에 참여했다. 다만 기획자 김계란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까. 리스너들은 공통적으로 QWER에서 '일본'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명랑한 멜로디 라인은 인기 J-팝 가수 요아소비의 발랄한 음악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디스코드'를 들은 이들은 마치 J-POP 또는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떠올렸다는 반응이다.



일본 걸밴드 SCANDAL

외적인 콘셉트 역시 주류 국내 여성 밴드가 추구하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아닌, 프릴 장식 원피스를 매치해 여성스러움과 귀여운 이미지를 내세웠다. 애니메이션 '봇치 더 록!'을 비롯해 일본 걸밴드 밴드-메이드(BAND-MAID), 스캔달(밴드 SCANDAL) 등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일본 다수 걸밴드의 기조를 따라간 듯하다. 그 때문에 일부 팬들은 QWER의 데뷔가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는 '1집부터 만집까지'를 목표로 내세운 QWER가 향후 행보를 결정하는 데 심사숙고해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QWER / 사진=타마고 프로덕션

각 분야 최고의 인재를 데려왔지만, 아이돌로서는 새로운 시작이다. '지구 정복'을 위해선 아이돌로서의 퍼포먼스와 실력도 멤버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김계란은 데뷔일 진행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저희 밴드는 최강의 비주얼을 가진 그런 비주얼 걸밴드"라면서도 "그 안에 독기가 있다. 다른 가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그 이상을 봤다고 생각한다"고 발전 자신감을 드러냈다. 쵸단 역시 "제가 음악을 전공했지만, 데뷔를 위해 정식으로 연습했다. 멤버 중에는 음악을 정식으로 하는 건 처음인 친구들이 있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면서 저희도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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