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과 손잡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내년부터 아마존에서 클릭 한 번으로 현대차를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현대차가 현지에서 출시하는 신차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가 탑재된다.
현대차와 아마존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LA 오토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파트너십에는 △아마존에서의 온라인 자동차 판매 △클라우드 우선 공급 업체로 아마존웹서비스(AWS) 선정 △현대차의 신차에 아마존 AI 비서 알렉사 탑재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포함됐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에서 아마존을 통해 차량을 판매한다. 완성차 업체가 아마존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요 외신은 현대차와 아마존의 파트너십 체결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파장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양사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며 기존 신차·중고차 딜러사의 주식이 5% 이상 하락했다”고 보도했고 포브스는 “전기차 제조사의 온라인 판매가 아마존을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데이터 관리의 혁신을 위해 AWS를 클라우드 우선 공급 업체로 선택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인터넷 서버에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AWS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2025년부터는 미국에서 출시하는 현대차의 신차에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도 적용된다. 고객은 운전 중 알렉사에게 음악 재생, 알림 설정, 일정 수정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집 난방이나 조명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기능도 이용이 가능하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도 일부 기능이 제공된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는 아마존의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온라인 자동차 구매뿐만 아니라 차량 내에서 알렉사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AWS로 현대차의 데이터 이전이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현대차가 아마존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북미 시장에서 판매와 데이터, 고객 경험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에서 모두 압도적인 점유율과 사업 경험을 보유한 1위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티카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37.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월마트(6.3%)와의 격차는 30%포인트에 달했고 2위에서 15위까지 14개 기업의 점유율을 합쳐도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는 아마존의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활용해 판매 과정을 혁신하고 신차 시장점유율 확대까지 추진한다. 기존에도 ‘클릭투바이(Click To Buy)’라는 자체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점유율 1위 기업과 협력해 소비자의 신차 구매 경험을 획기적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
고객들은 내년부터 언제 어디서나 아마존에서 현대차의 신차를 구매할 수 있다. 차종·트림·색상·기능 등 선택 사항을 고르고 결제와 할부 등 금융 옵션도 선택 가능하다.
기존 현대차 딜러들이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아마존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개별 딜러사가 물량을 현대차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뒤 고객에 다시 판매하는 구조다. 딜러마다 제공하는 할인 혜택이 다른 만큼 고객은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딜러를 온라인으로 선택해 고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딜러에게 차량을 받으러 가거나 집에서 탁송받을 수 있다. 딜러는 먼 거리의 고객에게도 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사업 총괄 사장은 “우선 15~20개 매장이 아마존을 통해 판매를 할 것이고 연말까지 더 늘어날 계획”이라 말했다.
데이터 운영 방식의 혁신도 기대된다. 현대차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 점유율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클라우드 우선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 아마존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연구개발에서 고객 응대까지 회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직접 관리해왔다. 자체 서버를 구축해 운영하며 데이터를 유지했다. 하지만 AWS 도입으로 데이터를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형태로 전면 개편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며 현대차는 서버 인프라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중요한 데이터를 관리·운영·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생산 최적화, 제조·공급망 관리, 보안·재해 복구, 커넥티드 카 개발에 AWS를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현대차 연구원들에게 클라우드 기술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2025년부터 미국에서 출시하는 신차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하며 고객의 디지털 경험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국내용 신차에 카카오와 협업한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 사용률이 높은 알렉사를 채택해 현지화를 이뤄냈다.
알렉사는 아마존이 2014년 처음 선보인 AI 플랫폼으로 사람의 언어를 인식해 대화하는 음성 비서다. 글로벌 음성 인식 스피커 시장에서 알렉사는 점유율 28.2%를 차지해 구글 어시스턴트(17.2%), 애플 시리(12.2%)를 크게 앞지른 상태다. 아마존은 최근 알렉사를 챗GPT처럼 대화하는 AI 비서로 개선하며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미국 고객들은 차량과 자연스레 대화하며 집의 조명을 제어하거나 최신 교통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신형 전기차와 콘셉트 모델도 LA오토쇼에서 대거 선보이며 전동화 시장 선점의 의지를 다졌다. 현대차는 N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을 북미 고객에 처음 선보였고 기아(000270)는 보급형 전기차 콘셉트 모델인 EV3와 EV4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