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4명 취업 無인데…직역 달라도 일터서 꿈 키우는 ‘제2의 우영우’[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첫 월급 이어 매월 어머니께 용돈드리고
4년차 ‘율촌맨’으로 항상 배움을 즐기고
장애인 근로자로 취업 통해 새 꿈도 키워
실제 직업 찾는 청년 장애인은 극히 일부
10명 중 4명 니트…일자리·교육 모두 無
맞춤고용서비스 등 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제공=ENA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어요.”


17일 서울시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만난 지적장애인 김현지(22)씨는 ‘첫 월급을 받고, 가장 처음 무엇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당시 어머니가 한 말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한 웃음과 함께 당시 어머니가 한 말은 ‘고마워, 현지야’였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있는 ‘첫 월급’의 추억. 그녀에게는 밝지만 조금 떨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현지씨에게 출근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된 지 오래다. 지난 3년 전 율촌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탕비실 관리 업무를 맡으며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현지씨는 아침이면 대중교통으로 출근을 한다. 8시간 가량 근무를 끝내면 ‘달콤한 퇴근’도 즐긴다. 보통 직장인의 하루 일과다. 율촌의 일원으로 함께 한지 어느 덧 3년, 매월 어머니에게 용돈을 드리고 주말이면 교외 등지에서 복지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게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커피를 좋아해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바리스타 자격증도 획득했다”며 “나중에는 커피 전문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복지관 출신 지적장애인인 김우식(34)씨는 ‘4년차 율촌맨’이다. 그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율촌 ‘메일룸’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우식씨가 항상 관심을 가지는 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한 우식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2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한글, 파워포인트 등 정보기술자격(ITQ)도 취득하고도, 그는 언제나 ‘새로운 걸 더 배우고 싶다’고 입 버릇처럼 말한다. 앞으로 목표이자 꿈도 ‘배워서 업무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두 사람과 함께 율촌에서 일하는 장애인 근로자는 올해 6월 기준 20명이다. 지적·지체·청각 장애를 지닌 이들은 율촌의 구성원으로 △복사는 물론 △우편물 분류·발송·전달 △팩스(Fax) 수신 업무 ·문서 순회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직역은 다르지만, 이들 장애인 근로자들은 ‘제 2의 우영우’로 본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있었다. 이는 드라마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의 모습이었다. 취업 자체가 이들이 사회와 연결되는 ‘끈’이자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주는 통로 역할을 해주는 셈이었다.



지난 9월 6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부산 장애인 진로취업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하지만 장애인에게 있어 취업의 문은 여전히 좁기만 하다. 장애인이 능력에 맞는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舊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 제27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소속 공무원 정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담고 있다. 비율은 1000분의 36(2022년 1월 1일부터2023년 12월 31일까지)이다. 같은 법 제28조는 ‘상시 5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1000분의 31) 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중학교 과정 이상의 각급 학교 장은 특수 교육 대상자의 특성 및 요구에 따른 진로 및 직업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직업 평가·교육, 고용 지원, 사후 관리 등의 직업 재활 훈련 및 일상 생활·사회 적응 훈련 등의 자립 생활 훈련을 실시하고, 자격(대통령령상)이 있는 진로·직업 교육 담당 전문 인력을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진로 및 직업 교육의 실시에 필요한 시설,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담고 있다. 법률에서는 정부·지자체·일반 기업까지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치 못할 경우 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적절한 직업 등 교육도 시행하라고 담고 있지만, 실상은 다소 다르다. 청년 장애인 10명 가운데 4명 가까이가 일을 하지 않고,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지난 3일 ‘제 15회 장애인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분석·발표한 ‘니트(NEET) 장애 청년 : 규모 추정 및 유형과 결정 요인(니트 장애 청년 결정요인)’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반기 장애인 니트 비율은 각각 35.4%, 38.5%에 이른다. 전체 청년 장애인 가운데 50% 가까이가 니트 상태에서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일반인(17.1%)의 두 배 규모다. 니트 장애 청년 비중은 지난 2020년 46.8%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1년 36.1%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다소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하반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니트 청년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하반기 기준)은 43.7%로 남성(35.1%)을 웃돈다. 학력별로는 대졸 미만(43/0%)이 대졸 이상(21.3%)보다 니트 청년 비중이 높았다. 유형 별로는 휴식 등이 46.7%가 가장 많았고, 이어 건강이 40.5%로 뒤를 이었다. 취업(9.6%)이나 진학(2.4%)는 모두 한 자리 수에 불과했다. 김 선임 연구원이 니트 장애 청년 결정요인을 발표하면서 ‘정책적 지원 강화’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니트 장내 청년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별도의 맞춤형 고용 서비스 사업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니트 장애 청년 유형 중에서 휴식이나 배제로 인해 니트가 된 집단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별도의 사업 추진이 어려움이 있다면 고용노동부에서 추진 중인 청년도전지원사업이나 신규로 추진될 예정인 청년성장프로젝트에 장애 청년도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시행령에 취업 애로 청년에 대한 정의 중에서 장애 청년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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