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제학자 후카오 쿄지 "종신고용 폐해 심각..도쿄대 엘리트는 창업 무관심"

"日 스타트업 부족 현상..장기침체 주요 원인"
오동윤 원장 "스타트업, 일본 진출 최적 시기"

후카오 쿄지 히토츠바시대 교수. 사진 제공=중소벤처기업연구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한 가운데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원장 오동윤)은 17일 서울 센트로폴리스에서 일본의 세계적 경제학자 후카오 쿄지 교수를 초청해 스타트업을 통한 한일협력의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심포지움의 주제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한일협력 방안과 과제’였다. 최근 일본의 스타트업 5개년 계획 발표와 한일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양국의 협력 방안과 정책 과제를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기조연사로 나선 후카오 쿄지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일본의 잠재성장력 향상에 필요한 것: 스타트업과 생산성 동학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거의 제로(0) 상태로, 이를 높이기 위해선 TFP(전요소생산성) 상승과 노동의 질을 높이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의 스타트업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적고, 시장 진입 후 고용성장도 적다”면서 “스타트업이 적기 때문에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졌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TFP 상승이나 노동의 질 향상을 가속화함으로써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에서 스타트업이 활발히 생겨나지 못한 원인으로 특유의 고용 관행을 꼽았다. 후카오 교수는 “도쿄대 공대 출신이 종신고용, 연공서열형 임금 등의 혜택을 포기하고 창업을 하지 않는다”며 “MIT 출신은 창업을 희망하지만 도쿄대 출신은 대기업에 취업해 승진을 희망하고, 이직하는 비중도 낮다”고 강조했다.


기조발표 이후에는 △‘일본 스타트업 동향과 한일협력 과제’(니혼대 권혁욱 교수) △‘한국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대 일본 협력방향’(이홍배 동의대 교수) 순서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인 니혼대 권혁욱 교수는 “일본은 창업에 대한 의지와 필요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글로벌 스타트업 출현이 드물며, 이는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글로벌 스타트업을 키울 잠재력이 있어 우리에게 블루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동비전펀드 조성 △공동주식시장 설립 △한국의 판교 지역과 일본의 시부야 지역 간 자유로운 인재 이동 등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홍배 동의대 교수는 “한일 스타트업 창업생태계는 유사성이 많아 일본과의 협력 확대는 국내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과 한국경제 잠재성장률 향상에 새로운 외부경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과 한일협력 방안으로 △한일 대기업·스타트업간 산학협력 △한일 스타트업 공동펀드 조성 △대기업·스타트업간 협력 및 VC 교류 활성화 △일본 스타트업 유치 및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한일 스타트업 제3국 시장 공동 진출 △한일 스타트업 연계 비즈니스 인재 육성 등을 제시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병헌 교수(광운대)가 좌장을 맡고 △ 김영각 교수(센슈대), △ 이지평 교수(한국외대), 김혜경 투자유치팀장(인베스트서울), △ 배태준 교수(한양대), △ 최지영 본부장(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참여해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한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나갔다.


오동윤 원장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경제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어 지금이 일본에 진출하기 좋은 타이밍”이라며 ”저명한 경제학자 후카오 쿄지 교수를 초청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K-스타트업이 전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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