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00만 개인 투자가들의 환심을 사려 공매도 금지에 나섰지만 최근 투자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종목을 매수하며 투자 원칙을 지킨 기관 투자가들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가들은 공매도 금지의 수혜를 예상하며 2차전지주에 매수를 집중해 적잖은 손실을 봤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최근 2주간 기관 투자가의 예상 수익률은 1.05%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가의 수익률은 -1.04%에 그쳤고 개인은 -6.78%로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각 투자 주체별 2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를 분석한 결과다.
공매도 금지 이후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며 지수가 널뛰기를 하자 기관은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며 위험 부담을 낮춘 것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금지 이후 기관 수익률을 견인한 종목은 811억 원을 순매수한 기아(000270)였다. 기관의 기아 주식 평균 매수단가는 7만 9800원인데 17일 종가는 이를 6.63% 상회했다. 3분기 실적 호조세를 보인 기아의 성장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호재로 작용했다.
기관은 삼성전자(005930)(5855억 원)와 카카오(035720)(727억 원)도 대거 매수하며 투자처를 배분했는데 각각 평균 매수단가를 같은 기간 1.43%, 3.68% 웃돌았다. 기관 매수세가 몰린 삼성물산(028260)(594억 원)과 KB금융(562억 원) 주가도 소폭 상승하며 2주간 평균 수익률이 2.37%, 1.12%를 보였다. 기관이 전략적 매수에 나선 한국전력(015760)(435억 원)과 LG이노텍(011070)(392억 원)의 17일 종가도 평균 매수단가를 웃돌았다.
외국인도 투자 업종은 다양했지만 가장 많이 사들인 반도체주의 성적이 아직은 뒷받침되지 못했다. 2주간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1조 3895억 원)는 17일 종가가 평균 매수단가를 1.08% 웃돌았다. 하지만 순매수 3위를 기록한 SK하이닉스(000660)(3416억 원)가 평균 매수단가를 1% 가량 밑돌았다. 특히 외국인은 3785억 원을 사들인 하이브(352820)에서 발목이 잡혔다. 하이브의 17일 종가는 평균 매수단가보다 9.17% 낮은 19만 300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871억 원을 사들였으나 평균 매수단가를 7.78% 밑돌았고, 위메이드(112040)(848억 원)도 1.73% 손실권이었다.
개인은 2차전지주에 매수를 집중했다 7% 가까운 평가 손실을 보였다. 순매수 1위인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3041억 원)가 17일 46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쳐 평균 매수단가를 6.62% 밑돌았다. 개인이 2536억 원어치 순매수한 포스코퓨처엠(003670)도 평균 매수단가를 10% 이상 하회했다.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 휩싸인 파두(440110)도 개인의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개인은 파두를 606억 원 순매수했는데 평균 매수단가를 43.9%나 밑돌았다. 그나마 17일 코스피에 입성한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2378억 원)가 개인 수익률을 지지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17일 평균매수단가를 12.7% 웃돈 5만 7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장세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와 내년에 이익 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반도체·자동차·헬스케어 업종에서 우량주를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