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가 과도한 비용을 내가며 채권을 발행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자금 수조 원을 조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8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후 국제 투자자로부터 60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3건의 신규 채권 발행과 6건의 기존 달러화 및 유로화 표시 채권 추가 발행으로 51억 달러를 조달했고 미국 법인을 통해서도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융통했다. FT는 이들 채권이 사모 형태로 선별된 투자자들에게 판매됐고 거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달 발행한 2개의 달러 채권 중 4년 만기물에는 6.25%, 8년 만기물에는 6.5%의 약정금리를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채권 발행 당시 미국 국채 수익률이 4.5~4.7%였음을 고려하면 이스라엘이 과도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발행금리가 높을수록 이스라엘의 차입 비용이 커진다.
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융통이 공모가 아닌 사모로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지상전 돌입 후 병원 폭격을 비롯한 ‘반(反)인도주의’ 행위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 방식으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전쟁 자금을 대준다’는 비난을 의식해 투자자들이 모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심을 끌지 않고 최대한 신속하게 돈을 조달하기 위해 사모 형태로 채권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 거래는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주선했다.
전쟁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악화하는 이스라엘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 JP모건은 이스라엘의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커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전쟁 이전 57.4%에서 내년 말 63%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도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복구 지원 등을 위해 추가로 수십 억 달러의 빚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