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와 인공지능(AI) 등을 사업 목적으로 공시해놓고 현재까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상장사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들 기업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경영 안정성이 낮은 기업이 많아 부적절한 회계 처리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만큼 회계 적정성과 불공정 거래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같은 내용의 ‘신사업 추진 현황 실태 분석 관련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이 올 해 반기 보고서를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2차전지와 AI, 로봇, 메타버스 등 7개 테마 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중 절반이 넘는 129개사가 관련 사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들 기업이 분식회계에 나설 유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신사업 발표 전후로 수년간 영업손실을 내거나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재무안정성이 열악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해지, 상장폐지 모면을 위해 부적절한 회계처리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일부 기업은 취대주주 등 관련자가 보여주기 식으로 신사업 추진 발표 후 주가를 부양해 부정거래를 한 사실도 적발됐다. A사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 테마 사업에 대한 언론 홍보 등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관련 투자자가 전환사채(CB) 전환 및 매도를 통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다. 조사 결과 신사업 추진 발표를 전후로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74%(95개사)로 자금 조달 규모는 평균 496억 원이었다. 전체 상장사 평균(254억 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신사업 미추진 기업 중 정기보고서·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공시위반 제재 이력이 있는 기업이 25%(31개사)였으며 신사업 진행경과 기재 미흡 회사 비율은 65%(84개사)에 달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들에 대한 회계 및 조사, 공시 관련 사항을 철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먼저 신사업 미추진 기업에 대한 심사·감리 역량을 집중해 회계처리 적정성을 조사하기로 했다. 현재 14개사는 신사업 미추진 관련 자산의 손상인식 여부 확인 등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해 심사 중이며 분식 위험요소가 있는 4개사를 추가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우선 회계처리 적정성을 위주로 적극적인 심사를 수행하고 필요시 신속하게 감리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신사업 추진 발표 후 사업 진행이 부실한 기업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 혐의 여부 점검과 함께 기획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향후 주요 신사업 발표 회사는 주가급등 시기의 매매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상매매 발견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추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은 중대 위법행위”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