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국가들이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검토하며 시장과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감세에 부정적이었던 영국 정부도 최근 상속세와 법인세 인하를 검토하고 세부 내용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이 22일 ‘가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현행 40%인 상속세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세금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헌트 장관이 상속세율을 30%나 20%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고 다음 보수당 총선 공약에서 ‘전면 폐지’를 약속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행 영국의 상속세는 32만 5000파운드(5억 2500만 원) 이상의 유산에 대해 기본적으로 40%가 부과된다.
헌트 장관은 예산안 발표에 앞서 20일 영국 재계를 대변하는 영국산업연맹(CBI)의 연례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임을 알리며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CBI와 제조업무역단체(Make UK), 중소기업협회(FSB) 등 기업을 대표하는 모든 기관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경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성장 엔진인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헌트 장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를 둘러보면 가장 역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며 번영하는 경제는 일반적으로 세금 부담이 낮은 북미와 아시아에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보수당)의 압박에도 감세에 보수적이었던 리시 수낵 정부는 최근 재정에 여유가 생기자 입장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파운데이션 추산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재정 여유분은 올 3월 65억 파운드에서 최근 130억 파운드로 급증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져 차입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임금이 늘어 세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헌트 장관은 텔레그래프에 10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6.7%에서 4.6%로 하락했음을 언급하며 “영국 경제가 큰 전환점을 맞았다. 지금은 성장과 세금 부담 감소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가을 예산안에는 소규모 사업체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 기준 상향 및 설비투자액 공제 연장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감세로 다수 일반 국민에 대한 복지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속세율 인하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 여당도 기업의 사업 승계를 뒷받침하는 세제 우대 특례 신청 기한을 기존 ‘2024년 3월’에서 연장해 제도 활용 기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경영자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지원, 이들 기업의 기술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2009년 승계 우대 세제를 만들었다. 승계 후 5년간 80% 정도의 고용을 유지하면 총 주식 수의 최대 3분의 2 내에서 상속세는 80%, 증여세는 전액 납세를 유예하는 내용이었다. 2018년에는 추가로 10년의 특례를 도입, 전체 주식을 세 납부 유예 대상에 넣고 상속세 유예 비율도 100%로 높였다. 이 조치의 수혜를 받으려면 기업이 후계자의 주식 취득 후 사업 전망 등 계획을 소속 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 연장하는 것은 이 특례를 활용하기 위한 계획 제출(신청) 기간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업 환경이 바뀌면서 계획 제출이 늦어진 기업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기한 연장으로 제도 활용 및 우대 혜택을 받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