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첫 주말을 앞둔 17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에는 수험표를 든 앳된 얼굴의 학생들로 붐볐다. 이날 최저 온도는 영하 4도로, 체감온도는 영하 11도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추웠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이제 막 치른 학생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유흥업소 직원들은 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신분증을 받아보기 바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고3 학생들이 수능이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술과 담배를 찾는 것에 대비해 신분증 검사를 더 철저히 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수능 직후 첫 금요일이었던 17일 저녁 8시 홍대관광특구에 모인 인파는 약 8만 명에 달했다. 이들 중 1만여명이 10대 학생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날이자 토요일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이날 홍대를 방문한 시민은 저녁 7시 기준 약 9만 2000명을 기록했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수험표를 들고 카페, 영화관, 옷·화장품 가게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으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친구와 함께 옷 쇼핑을 하던 심모(18) 양은 “가채점 결과가 생각보다 좋아서 후련한 마음으로 나왔다”면서 “춥지만 기쁜 마음이다. 빨리 새해가 돼서 당당하게 술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박 모(18) 양도 “수험표를 잘 챙겨 다니면서 알차게 써먹고 있다”면서 “제일 먼저 산 건 화장품”이라며 웃어보였다.
반면 포차, 클럽 등 업주들은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성인인 척 위장해 주류 주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대에서 헌팅포차를 운영 중인 강 모(30) 씨는 “원래도 경찰이 수시로 단속을 나오는 곳이라 평소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수능 끝나서 더 신경 쓰고 있다”면서 “민증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 온·오프라인 신분증을 꼼꼼히 확인하는 건 물론, 지문까지 육안으로 살피는 등 철저하게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근 편의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홍대입구역 인근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수능이 끝난 후 고3 학생들이 술이나 담배를 사갈까봐 사장님이 걱정하는 것 같았다”면서 “흰머리 아저씨 손님이 아닌 이상 액면가랑 상관없이 젊은이들은 무조건 술, 담배 구매하면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고 전달받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 모(22) 씨 역시 “본사에서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안다”면서 “업주 입장에서는 잘못 걸리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계도 활동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이제 막 수능을 치른 청소년의 안전한 학창시절 마무리를 위해 ‘수능·동계방학 청소년 선도·보호활동 기간’을 운영 중이다.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학교전담경찰관(SP0) 134명이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서대문구 신촌역, 강남구 강남역, 노원구 노원문화의 거리, 광진구 건대로데오거리 등 5개 청소년 밀집지역에서 선도 활동을 진행한다. 음주나 흡연을 하는 청소년은 현장에서 바로 보호자에게 인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