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함께 ‘3N’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036570)와 넷마블(251270)이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23’ 출품작으로 반등을 노린다.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선보이고 장르도 다변화했다. 또 PC와 모바일을 넘어 콘솔까지 플랫폼을 확장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게임사 창업자들도 지스타 현장을 방문해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지스타에서 12종의 신작을 공개했다. 이들 게임사가 지스타를 반등의 계기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의 합이 전년 동기 대비 89.2% 감소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의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오픈월드 슈팅 게임 'LLL'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BSS'과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게임 7종을 출품했다. 출품작의 장르가 다변화됐고 플랫폼도 콘솔까지 확장했다. 3분기 매출 4231억 원 중 73.6%(3115억 원)가 리니지 IP에서 발생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에서 지스타 출품을 총괄한 서민석 넥스트웨이브 프로덕션 센터장은 "지스타를 통해 선보인 신작을 중심으로 향후 라인업은 장르와 플랫폼을 폭 넓게 가져갈 것"이라며 "장르 편중을 해소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함으로써 고객층을 넓혀가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전날 간담회에서 "변화하는 트렌드에 잘 맞게 새로운 (게임)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지스타 출품작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드러냈다. 넷마블의 올해 3분기 영업비용 중 37.9%를 차지하는 2391억 원이 지급수수료로 나갔다. 리니지2 레볼루션 등 외부 IP를 활용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또 캐주얼 게임의 매출은 같은 기간 44%를 차지해 장르 다변화가 필요하다.
넷마블의 출품작 3종 모두 RPG 장르이며 그 중 2종은 자체 IP다. 공상과학(SF)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F 온라인 넥스트'는 2004년 출시해 약 20년간 서비스했던 'RF 온라인'의 IP를 계승하고 확장했다. 서브컬처 기반의 수집형 RPG ‘데미스 리본’은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개발한 자체 IP '그랜드크로스’가 기반이다. 문준기 넷마블 사업본부장은 “‘RF 온라인 넥스트’는 자체 IP로 원작이 54개국에서 서비스되는 등 글로벌 인지도가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넷마블을 한층 도약할 수 있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지스타 출품 게임 2종을 통해 신작 공백 우려를 채웠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은 다음 트리플 A 기대작인 프로젝트 블랙버짓 런칭까지 신작 공백기가 길다는 이유로 디스카운트(할인)를 받아왔는데 2024년 상반기에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하반기에는 인조이(inZOI)가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신작 모멘텀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브시스터즈와 웹젠도 칼을 갈았다. 데브시스터즈는 IP ‘쿠키런’ 기반의 캐주얼 협동 액션 모바일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을 구글 플레이 전시 부스에서 공개했다. 웹젠은 웹젠노바가 개발 중인 신작 '테르비스'를 비롯해 최근 선보인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라그나돌'을 선보였다.
이들 게임사가 네오위즈나 위메이드처럼 지스타 출품작으로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네오위즈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6.1% 증가한 2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스타에서 시연 참가자 91%가 '재미있다'는 후기를 남긴 'P의 거짓’이 영업이익을 끌어 올렸다. 위메이드는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공개한 '나이트 크로우'가 개선을 이끌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스타를 기점으로 겨울 성수기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지스타는 상당히 중요한 이벤트"라며 "장르 다변화, 글로벌 시장 공략, 콘솔에 대한 대응을 잘 하는 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게임사 창업자들도 지스타를 찾아 업계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크래프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은 16일 오후 현장을 둘러보며 업계 동향을 파악했다.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도 크래프톤과 넷마블 등 경쟁사의 부스를 찾아 시연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도 방문객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팬의 “게임을 잘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는 흐름도 나타났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게임사들이 직접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게임 캐릭터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짤 수 있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업간거래(BTB) 전시 부스를 운영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16일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의 콘퍼런스 ‘지콘(G-CON)’에서 기조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하 센터장은 "게임 만드는 방법도 생성형AI에 의해 바뀌고 있는 시대다. 훨씬 더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해졌다"며 "(AI를 활용해) 무한히 다양한 퀘스트를 생성할 수도, BGM을 작곡하기 위한 초안 작업들, RPG를 플레이할 때 AI 플레이어 생성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하이브의 자회사인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은 제작자가 게임 캐릭터의 대사를 자연스러운 오디오로 생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 스크린플레이'를 공개했다. 이용자가 게임 캐릭터의 목소리로 다른 이용자와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시프트'도 선보였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를 통해 게임 개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으니 신작 연기도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