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업 위크’…버스·지하철·택배 '볼모'로 노란봉투법 시행 압박

[노란봉투법 밀어붙이는 勞]
경진여객 광역버스 출근시간 파업에 전장연 지하철 시위 재개
교통공사는 22일 무기한 파업…시민들 반감 커지며 갈등 증폭
민주노총은 '과격 설문조사' 앞세워…'尹정권 퇴진' 공세 높일듯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노조법·방송법 즉각 공포 및 거부권 저지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 항쟁으로 맞선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상급인 민주노총이 20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총파업·총력투쟁대회에 참여하면서 독자적으로 내건 구호 중 하나다. 택배노조는 이날 하루 파업을 결정했다. 택배노조의 파업은 민주노총의 투쟁대회를 지원하는 성격이다. 택배노조는 그동안 요구했던 임금 인상, 안전 대책에 이어 이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제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노동계가 버스·지하철·택배로 연결된 시민의 일상을 멈추고 있다. 그동안 시차를 두고 산발적으로 일어난 집회와 파업이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모이면서 이번 주 폭발하는 양상이다. 정부 출범 이후 여전한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수위는 노란봉투법 처리 향방으로 큰 전기를 맞닥뜨릴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노동계는 노동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영계와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노동계에 따르면 버스와 지하철에서 시위와 파업이 연이어 일어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시위를 약 두 달 만에 재개했다. 내년 장애인 이동권 예산 증액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시위 해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와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일부 노조도 인력 구조조정을 막고 신규 채용 인원을 늘리기 위해 22일 2차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노사는 인력 감축안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파업의 분수령’인 21일 본교섭 전망도 밝지 않은 분위기다.


또 경기 수원·화성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운영 업체인 경진여객 노조도 결국 이날 첫차부터 오전 운행을 멈췄다. 노사는 임금 인상과 배차 시간 조정을 두고 네 차례 부분파업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이날 파업에 이르렀다. 전장연을 제외하고 3개 노조는 모두 민주노총 소속이다. 물론 우리나라 노조 지형상 민주노총 조합원은 약 절반이고 파업 시기와 요구 사항도 사업장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날 택배노조의 서울 집회처럼 산하 노조들이 노란봉투법 제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노란봉투법 입법 선봉에 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민 10명 중 7명이 노란봉투법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10명 중 6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반대한다는 결과도 담았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노란봉투법은 폐기 수순을 밟는다.


이미 정권 규탄에서 정권 퇴진으로 높아진 민주노총의 정부 비판 수위는 더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파업과 집회는 공공 부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강경 노선인 데다 워낙 결속력이 강한 단체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에서 연 민주노총의 결의대회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약 11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한국노총 포함)를 연 지 9일 만이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이 7월 연 총파업에 참여했던 보건의료노조, 건설산업연맹 간부도 참석했다. 10월 파업을 벌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 이달 1일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도 민주노총 소속이다. 노란봉투법이 원청에 비해 수가 많고 임금도 낮은 하청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한 지지 여론도 늘고 있다. 이날 변호사·노무사·교수 등 1000명은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려는 공공 부문 파업과 집회가 반복되고 세질수록 피해를 겪는 시민들의 반감과 불평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노정 갈등은 노조와 시민 간 갈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엠브레인이 최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사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69.4%는 직장 내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담겼다. 설문 중 ‘노조가 노사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에는 60.4%가, ‘노조라면 과격한 이미지가 떠오른다’에는 59.7%가 동의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