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도 못당해낸 외풍…엔터주 ETF, 이틀만에 순자산 3분의 1 ‘증발’

하이브·JYP 등 엔터株 폭락에
‘Hanaro FnK-POP&미디어’ 일주일새 8%↓
에스파 등 주요 그룹 신보 판매량 둔화되고
마약·사법 리스크 확산되며 투자심리 악화
증권가 “단기적 조정…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아”

이달 들어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주가 하락세가 심화되면서 엔터 ‘빅4(하이브(352820)·JYP·SM·YG)’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3분의 1이 이틀만에 증발했다. 대형 엔터주들이 일제히 3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요 아티스트들의 신보 판매량이 둔화되면서 산업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사법·마약 리스크도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JYP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새 미니음반 '락스타'(樂-STA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 ‘HANARO Fn K-Pop&미디어’ ETF에서는 지난 15~16일 이틀 동안만 335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지난 14일 종가 기준 976억 원이었던 순자산은 3일 만에 652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엔터주들이 약세를 이어가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이 ETF는 최근 한 달(10월 19일~11월 20일) 동안 9.29% 내려 전체 국내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중 최하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3일부터 일주일 동안에만 무려 8.47% 빠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하이브(-7.40%) JYP(-9.52%) 등 주요 엔터주들은 지난 17일에만 10% 안팎 폭락 마감한 영향이다. 이 ETF는 JYP Ent.(035900)(23.44%), 하이브(22.33%), 에스엠(041510)(13.25%),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7.67%) 등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4사에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70% 가량을 할애한다.


하이브·에스엠이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주요 엔터사가 3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당황스러운 주가 흐름이다. 최근 컴백한 스트레이키즈, 에스파 등 주요 아티스트들의 앨범 초동 판매량(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발매한 스트레이키즈의 미니 8집 앨범 '락-STAR(스타)'와 에스파의 ‘Drama(드라마)’의 초동 판매량은 각각 370만 장, 113만 장으로 전작 대비 20%, 33% 급감했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여력 축소와 콘서트 개최 정상화에 따른 팬덤 소비의 분산이 음반 구매 감소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업계를 뒤흔든 마약·사법 리스크 등 ‘외풍’도 주가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SM은 모회사 카카오가 처한 시세 조종 관련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상태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빅뱅 출신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이미 지난해 YG엔터와 계약을 종료했지만 YG엔터 주가는 영향을 받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엔터주의 전망은 여전히 밝은 만큼 단기적인 조정을 거친 뒤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음반 판매 둔화가 단기적인 악재는 맞으나 엔터 산업의 성장이 끝난 것은 아니고 추가 성장을 위해 현지 진출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향후에는 콘서트 모객 규모가 성장성의 지표로서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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