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혈세 줄줄·나이롱…정부여당 발언에 산재유족들 “모욕이다”

노조·산재 환자·유족 증언대회, 정부 인식에 성토장
“산재 인정 너무 어렵다" “인정 못 받으면 생계 막막”
정부여당, 제도 개선 예고…인정 기준↑ ·혜택↓ 될 듯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산재환자 모욕하는 대통령실 규탄 긴급 증언대'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소위 산재 카르텔로 부당 보험급여가 누수되고 있다, 나이롱환자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졌다.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조 단위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못 막으면 건전재정이 무의미하다.”(13일 대통령실 관계자.)


정부여당이 산재보험 제도 필요성을 알리는 과정에서 쓴 말들이 산재 환자와 유족의 비하 논란으로 번질 움직임이다. 제도 개선 방향이 실업급여제도 개선처럼 산재 인정 기준을 높이거나 혜택 축소로 될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다.


21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산재환자 증언대회에는 산재에 대한 정부 인식에 대한 비판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오동영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13일 대통령실 관계자 보도를 인용하면서 “작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병원 치료를 받는 산재 환자를 나이롱 환자로 인식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급식일을 하는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개인이 산재를 입증한느 것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내가 빠지면 내 일을 동료가 한다는 생각에 산재신청도 미룬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산재보험 재원인 산재보험기금 부실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 감사에 착수했다. 산재 위장 급여 수급, 산재 인정 기준 적정, 보상(요양비, 휴업급여) 수준 적정 등 제도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증언대회 참석자들은 되레 현장에서 산재 인정이 어려운 상황을 더 가중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2019년 공공운수노조 실태조사를 보면 16%는 업무 중 다쳤다. 그런데 산재보험 치료는 15.1%에 그쳤다. 68.6%는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1만~13만여명이 산재를 인정받고 있다.


일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이모씨는 “신청 1년 만에 산재로 인정돼 휴업급여가 큰 도움이 됐다”며 ”우리는 나이롱 환자가 아니다, 존재를 부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딸의 뇌종양 산재 신청과 인정 과정을 설명한 김모씨는 “2009년 산재 신청 후 여섯 번의 불승인 끝에 2019년 산재로 인정됐다”며 “산재 나이롱 환자 탓에 혈세가 샌다는 말에 산재 가족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A씨와 아버지를 추락사고로 잃은 아들 B씨도 생계난을 고인의 유족급여로 이겨냈다고 전했다. B씨는 “대통령실 발언은 유족에게, 치료를 받는 사람과 가족에게도 모욕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산재보험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16일 노무사·변호사·학계 단체 등은 성명을 통해 “아직도 현장에서는 산업재해와 은폐와 미신고가 넘처난다, 2013년부터 확인된 산재 은폐건수만 36만건”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근 정부가 산재 역학조사 장기화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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