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까지만 해도 연내 국평이 최고가인 27억 원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는데 도달까지 1억 원을 앞두고…분위기가 완전히 꺾였죠."(송파구 리센츠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북권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하락세가 강남권으로 옮겨붙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에 매수 수요가 줄자 주거 선호 지역인 서초·강남·송파구에서도 급매가 소진되며 시세보다 1억 원씩 낮춘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는 만큼 폭락보다는 내년 초까지 매수자와 매도자간 밀고 당기기가 심화되며 박스권 내 하락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25억 원에 매매 거래됐다. 이는 한 달 전인 25억 9000만 원에서 1억 원 가까이 떨어진 금액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잠실새내역과 가까운 선호동"이라며 "현재 비슷한 위치에 있는 동의 호가는 24억 원대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인근 단지인 '잠실엘스', '트리지움'과 함께 일명 '엘리트'로 불리는 리센츠는 지난해 4월 전용 84㎡가 최고가인 26억 5000만 원을 기록한 뒤 올해 2월 18억 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가격이 회복되며 신고가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곳이다.
잠실엘스 전용 84㎡도 9월 24억 4000만 원에서 지난 달 23억 500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렸다. 현재 호가는 23억 원에 형성돼있다. 한 집주인은 이달 호가를 기존 24억 원에서 23억 원으로 1억 원 내렸다. '파크리오'의 같은 평형대도 이달 19억 2000만 원에 팔리며 한 달새 2억 원 싸졌다.
대치동 은마의 전용 84㎡는 지난달 28억 원에 손바뀜됐다. 두 달 전보다 1억 2000만 원 가량 오른 금액이지만 현재 호가는 27억 원대로 내려왔다. 지난 9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은마는 현재 10년 보유·5년 거주·1주택 가구만 매매 시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조건 탓에 매물 수가 확 줄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막상 분위기는 차분하다"고 말했다. 신축 아파트가 많은 개포동 곳곳에서도 하락 거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63㎡은 지난 달 22억 4500만 원에서 이달 21억 9700만 원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7만 7545건으로 3개월 전보다 약 14% 증가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8월 3861건에서 지난 달 2219건으로 45% 감소했고 이달 들어선 467건에 그치고 있다. 매물은 느는데 거래는 줄며 전주 대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은 지난 달 셋째 주 0.09%에서 이달 셋째 주 0.05%로 좁혀졌다. 강북구(-0.01%)와 노원구(-0.01%)에 이어 구로구(-0.02%)가 하락으로 돌아선 가운데 강남구가 이달 둘째 주부터 2주 연속 보합하며 하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송파구(0.07%)는 한 달 전보다 상승 폭이 0.05%포인트 줄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상승세인 서울은 하방이 견고하기 때문에 급락 우려는 적다"며 "반면 고금리 상황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아 아파트값이 오를 여력은 부족해 답답한 박스권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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