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을 겨냥해 만든 현수막이 최근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현수막의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같은 문구는 청년들을 정치와 경제에 문외한이고 개인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표현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판과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꼬리 자르기, 구차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조정식 사무총장이 “국민과 당원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필자는 이번 현수막 사건이 민주당의 청년층에 대한 몰이해, 그릇된 인식으로 반발에 직면한 ‘흑역사’이자 청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지난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정부의 청년 고용 예산 3000억 원 중 80%에 달하는 2400억 원을 삭감하고 이를 단독 의결했다. 청년 일경험 지원 예산과 청년 니트족(구직 의지 없는 무직자) 취업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청년의 대중교통 이용을 지원하는 ‘청년패스’ 예산은 2900억 원을 책정했다.
청년 세대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 예산을 진지한 고민 없이 삭감하고 청년 정책을 깊은 고민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는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청년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표퓰리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청년 인재 영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백년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말로는 청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겪는 불평등과 이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에는 무관심하다. 양질의 일자리, 주거 환경과 같은 탄탄한 안전망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층의 무관심이다. 극단의 정치 속에 청년 정책에 대한 논의와 협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번 현수막 논란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2030 청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민주당의 헛발질에서 시작됐지만 우리 정치권이 다 함께,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경고다. 우리 정치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청년 정책 전반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