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접 안경점을 찾아 구매해야 했던 콘택트렌즈를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살 수 있게 된다. 해외여행자의 향수 면세 용량은 100㎖로 늘어나고 유효기간(5년)이 만료된 온누리상품권도 계속 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 또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은 외국인이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돼 외식업 구인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1일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167건의 ‘민생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다양한 민생 규제를 해소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실증특례가 추진된다. 직접 안경점에 방문해야만 렌즈 구매가 가능했던 규제를 없애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을 거쳐 안전성이 입증되면 신속한 법령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E-9 비자 소유 외국인의 취업도 허용된다. E-9 비자는 유학생·동포 비자와 달리 음식점 취업이 금지돼왔다. 세부 인력 규모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이달 27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확정·발표한다. 방 실장은 “현재 빈 일자리가 21만 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내국인도 취업을 꺼리는 곳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음식점의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51년간 유지됐던 강원 고성과 서해 5도 등 북방한계선(NLL) 접경 지역 어선의 대면 출입 신고도 개선된다. 그동안 신고 대상 1700여 척은 출항할 때마다 오전 4시부터 20~30분씩 줄을 서서 대면 신고를 했지만 앞으로 어선 위치 발신 장치를 설치할 경우 출·입항 모두 대면 신고 없이 자동 신고된다. 정부는 또 1979년부터 유지된 해외여행자 향수 면세 한도 역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40여 년 전 기준인 60㎖의 향수 면세 한도를 100㎖로 상향해 소비자 향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19세 이상의 중증장애 자녀·손자녀의 노인복지주택 동반 입소도 허용된다. 현행법상 중증장애를 가진 자녀와 손자녀라도 19세가 넘어가면 노인복지주택에서 퇴소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해 장애가 있는 자녀와 손자녀를 돌보는 어르신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이 밖에 정부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환불 시 영수증 없이도 가까운 판매점에서 환불하거나 신규 전입 지역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통시장 판매 촉진 효과 등을 고려해 유효기간 5년이 만료된 온누리상품권도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인천공항에서만 시행 중인 긴급 여권 발급 서비스는 김해공항을 시작으로 지방 국제공항에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개선 사항을 적용하기 위해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규제신문고·중소기업옴부즈만 등 규제 혁신 체계를 총동원해 추가 민생 규제 개선 과제도 지속 발굴하고 해소해나갈 예정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600여 건의 규제 혁신 과제를 완료해 101조 원가량의 경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현장에서 규제 개선 사항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불편을 감수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기업 눈높이에서 적극적으로 개선 내용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